2024년 11월 24일(일)

뇌출혈로 쓰러진 워홀러에게 이어진 교민과 병원의 온정

인사이트연합뉴스


호주의 한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워홀러)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자 현지 교민사회와 호주 병원 측이 아낌없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화제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에서 차량으로 약 3시간 거리인 워남불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변병수(31)씨는 지난 3일 오전 5시께 숙소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동료에 발견됐다.


변씨는 헬기로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수술이 이뤄졌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나흘 후에는 사람을 겨우 알아볼 정도가 됐다.


변씨의 소식이 알려지고 그가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일면식도 없는 한인 동포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급히 달려온 변씨 부모가 묵을 방이 없자 워홀러나 유학생들을 상대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한인은 방 한 칸을 내놓았다.


주변 한인들은 반찬을 만들어 가져다주거나 음식을 제공하며 경황없는 변씨 부모를 위로했다. 한 남성 워홀러는 자신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변씨 부모에게 직접 만든 반찬을 가져다주고 라면을 사 들고 찾아갔다.


변씨의 비자 만료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지자 한 변호사는 도움을 자청했다.


멜버른의 백준호 목사, 캔버라의 한인국제결혼여성협회(KIMWA·회장 명주 파머)는 현지 한인언론과 워홀러 사이트에 도움을 호소했고, 현재 약 9천 호주달러(765만원)가 모금됐다.


워홀러들은 10 호주달러(8천500원)에서부터 50 호주달러(4만3천원)까지 자신들의 얇은 주머니를 털었다.


변씨의 어려운 사정과 한인들의 자발적인 지원은 병원 측을 움직였다. 병원 측은 지난 주말 변씨가 자매병원의 재활시설로 옮겨지자 그간의 치료비 수천만 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하루 치료비만 대략 4천300 호주달러(365만원)로 알려졌다.


변씨를 줄곧 돌봐온 백준호 목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 측은 치료비를 걱정하는 가족이나 한인들에게 '사람 살리는 게 먼저'라는 말을 계속했다"며 "변씨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뒤에는 '사람을 살렸는데 가정을 파탄 낼 수는 없다'며 치료비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변씨는 현재 부모를 알아볼 수는 있지만, 충동조절장애 증세를 보이고 인지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2~3주 후 두개골 봉합 수술을 해야 하며 이후 1~2개월의 재활을 거쳐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료비는 면제받았지만, 남아 있는 재활에는 큰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고 자칫 후유증도 우려된다. 변씨가 토요일을 쉬고 그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에 쓰러진 만큼 육가공 공장 측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다.


변씨는 육가공 공장에서 8개월 정도 일했으며 쓰러지기 전만 해도 아픈 적이 없고 건강했다고 한다.


백 목사는 "동포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도움을 주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며 "이번 기회에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서로 도움을 나누는 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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