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자식이 죽었는데 나 편하자고 병원 가서 치료받고 약 먹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정신 건강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는 세월호 특조위 공식 활동 중 하나로 유가족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가 출연했다.
조선미 교수에 따르면 세월호 피해자들은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흘렀지만 56%가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조선미 교수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일 중 자식을 잃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서 "유가족들은 죽은 아이들이 억울하지 않게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하고 책임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2년 동안 하나도 안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면역체계가 약해져 질병이 나타나는데, 유가족들은 '내 자식 죽었는데 나 편하자고 병원 가서 치료받고 약 먹냐'면서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조선미 교수는 "면담조사할 때마다 얼굴색이 안좋아진게 보인다"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를 질문한 결과 50% 이상이 '살아서 뭐하냐', '살아도 죽은 거랑 똑같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의료 지원은 2년 동안으로 한정돼 올해 3월에 끝난 상태다.
유가족들의 건강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만큼 의료 지원 기간 연장이 절실해 보인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