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생방송에 자신의 맹견이 새끼 길고양이를 참혹하게 물어뜯는 장면을 내보낸 인기 BJ(브로드캐스팅 자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맹견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인데, 일각에서는 잠재적 위험을 알면서도 방지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7일 서울 성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TV BJ 김모(22)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달 초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신고당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경기 여주의 자택 인근에서 자신이 키우는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종(種) 개를 데리고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하다가, 개가 길고양이를 심하게 물어뜯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영상을 보면 김씨의 핏불테리어는 길을 가다가 풀숲 속의 길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돌연 달려들어 수차례 공격했다. 고양이를 입에 물고 공중으로 들어 올려 세차게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공격을 당한 고양이가 바닥에 널브러져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고양이는 몸길이가 채 30㎝도 되지 않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로 추정됐다.
김씨는 고양이를 내버려 둔 채 현장을 떠났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프리카TV는 김씨에게 방송 정지 조처를 내렸다. 김씨는 지난달까지 BJ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인기 BJ였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성동경찰서는 본인 확인 등 기초 조사를 마치고, 사건을 김씨 거주지역 관할인 경기 여주경찰서로 이첩했다.
여주서 관계자는 "현재 영상을 분석해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 중이다"라며 "김씨에게 자신의 개에게 고양이를 공격하게 한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처벌 여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제13조2항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나이의 맹견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핏불테리어는 로트와일러 등과 함께 '맹견'으로 규정된 종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주인은 5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김씨가 고양이의 상해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인정되면 과태료만 내면 된다.
그러나 사법기관이 김씨에게 학대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김씨가 공격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맹견에게 목줄·입마개를 채우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고를 유발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은 주인이 제지할 수 없겠지만, 개가 물어뜯는 동안 다소 내버려 두고 지켜본 경우라면 미필적 고의나 부작위(해야 할 조처를 하지 않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김씨는 성동서 관계자와 통화에서 "목줄이나 입마개에 관해 관할서에 출석해서 상세히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여주경찰서는 조만간 김씨를 피혐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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