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절벽에 둥지를 짓고 사는 야생 매는 암컷과 수컷이 짝을 이뤄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산다. 근처에 이웃이 사는 도시 매라면 어떨까. 이웃이 있으면 아무래도 '한눈'을 팔 기회가 많아진다.
미국 일리노이대와 필드박물관 등 공동연구진은 도시 매는 '난잡한' 생활을 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매는 야생에서의 특성을 간직한 채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5일자에 발표했다.
시카고에는 매 부부 25쌍 정도가 산다. 연구진은 우선 이들이 어떤 둥지에서 사는지 보고 이 둥지 속에 사는 어린 매를 확인했다. 그 뒤 매 부부와 어린 매에서 혈액을 채취해 여기서 얻은 유전자를 비교해 어린 새가 어떤 부부에서 태어났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매 부부 중에서 단 1쌍 만이 부모와 새끼의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사례 역시 '바람을 피운 것'이 아니며, 짝을 잃은 수컷이 새로운 암컷과 '재혼'하며 생긴 일이라고 추정했다. 서식지가 바뀌어도 매는 그들의 관습을 이어간 것이다.
김성호 서남대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리 생활을 하는 새는 시시각각 '기회'가 많아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서식지가 넓고 이웃이 가깝지 않은 새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가족 중심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며 "매를 비롯한 맹금류가 여기 속하며 두루미도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딱따구리와 동고비 등의 새를 오랫동안 관찰하며 새의 생태를 담은 저서를 여럿 낸 조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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