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모란시장 '식용견'과 애견카페 '반려견'들의 엇갈린 초복 풍경

인사이트(좌) gettyimagesbank, (우) Boredpanda


좁은 철창에 갇혀 보신용으로 팔려나갈 운명을 기다리는 재래시장의 '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 앞에서 이온음료를 마시며 사람 못지않은 호사를 누리는 애견카페 반려견.


초복(17일)을 앞둔 가운데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견공들의 운명이 보는 사람들에게 씁쓸함을 남긴다. 개 팔자도 팔자 나름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 복날이 두려운 모란시장 견공들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초복을 이틀 앞둔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의 식용견을 판매하는 한 건강원 앞.


무더운 날씨 속, 한 평 남짓한 우리 안에 황구 20여 마리가 서로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워낙 공간이 비좁다 보니 일부는 붉은색 철창 사이로 코를 내놨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녀석들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대며 다퉜다.


우리 한가운데에 놓고 함께 사용하는 밥그릇에는 사료가 한가득 담겼지만, 그 어떤 개도 입에 대질 않았다.


잠시 뒤 목덜미에 올가미가 걸린 개 한 마리가 낑낑대며 울부짖었다.


이 개는 자신의 운명을 아는 듯 아스팔트 도로에 발바닥을 붙이고 가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란시장 내 식용견을 판매하는 건강원은 20여곳. 복날을 2∼3일 앞두면 평소보다 10배가량 매출이 늘어난다고 건강원 업주들은 말한다.


이날 모란시장에서는 1마리에 15만∼25만 원인 식용견을 통째로 사거나 부위별로 손질된 개고기를 구매하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란시장 가축상인회 김용복 회장은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개고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만, 식용견과 반려견은 엄연히 다르다"며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는 것처럼 전통음식인 개고기를 찾는 손님에게 식용견을 판매하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온음료 즐기며 카페에서 노는 상팔자 '반려견'


이처럼 우리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식용견이 있는 반면,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반려견들은 복날이 오면 건강식까지 꼭꼭 챙겨 먹는다.


모란시장에 이어 찾은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애견카페.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견을 안고 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애견카페를 찾은 반려견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다 놀고 난 반려견은 주인이 내준 간식을 맛있게 먹고, 목욕시설로 가서 깨끗이 씻는다.


시츄 2마리를 데리고 온 심모(34·여) 씨는 "날이 더워 아이(반려견)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보다 애견카페를 찾는 것이 낫다"며 "신나게 뛰어놀게 하고, 간식도 먹일 수 있어 2주에 한 번씩 애견카페를 찾는다"고 했다.


하루 숙박료가 1만5천∼3만원인 애견호텔에서 평화롭게 여가를 즐기는 반려견도 눈에 띄었다. 공간이 넓고 침대와 옷장까지 갖춘 VIP룸은 이미 웰시코기가 차지하고 잠을 자고 있었다.


애견용품 마트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애견 간식도 많다.


송아지 꼬리, 사슴 힘줄, 양 허파, 닭 목뼈, 돼지 코 등 각종 수제 간식은 물론 피자와 이온음료까지 1천원대부터 다양한 간식이 준비돼 있다.


애견카페 관계자는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애견카페를 찾는 손님도 증가하고 있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 대기표를 나눠줄 때도 있다"며 "이들은 반려견을 제 가족처럼 여기고 있으며,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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