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담배 수출 원가가 391원인데 왜 소비자가격은 4,500원인 거죠?"
지난 6일 케이티앤지(KT&G)가 인도에 수출한 '에쎄 라이트'를 도로 한국으로 밀수입해 유통하려 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수출 원가가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케이티앤지가 인도에 수출한 담배의 수출 가격은 갑당 391원이었다.
케이티앤지 '에쎄 라이트'의 국내 판매 가격은 4,500원이다. 수출원가에 11배가 넘는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담배를 태우는 흡연자들만 '호갱'이 된 느낌이다.
실제로 10년 가까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회사원 서모씨(29)는 "400원도 안 되는 담배를 4,500원에 피우고 있는 나에게 정부가 훈장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조섞인 말을 했다.
또 다른 흡연자 김모씨(31)도 "수출원가가 391원이면 제조원가는 더 낮다는 말 아니겠냐"며 "작년에 담뱃값이 많이 오르면서 세금이 많이 붙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조원가가 이렇게 터무니없이 낮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담배가격에 포함된 세금은 총 3,318원으로 소매가격 4,500원의 74%에 달한다.
담배가격에 붙은 세금은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폐기물 부담금 등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온 '국민 건강을 위한 담뱃값 인상'은 허울이며 실상은 '세금 거두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내수 담배 가격과 외수 담배 가격이 11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내수와 외수를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서씨는 "흡연·금연 대책도 없고 도대체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위해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흡연자들만 호구된 것 아니겠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케이티앤지는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담배의 제조 원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유통마진과 제조원가를 합쳐 950원 정도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케이티앤지가 지난 2015년 벌어들인 당기 순이익은 2014년 8,138억 원에서 1조 322억 원으로 26%가 껑충 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