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어차피 노력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가 올 것이다"
6년 전 "20대들아, 우리나라 미래는 필리핀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제목만 보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필명 '숨김'이 작성한 해당 글은 지금 누리꾼들에게는 소름돋게 맞아떨어지는 예언이나 마찬가지다.
'숨김'님이 예언한 내용 중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과 맞아 떨어지는 내용은 뭐가 있을까.
다소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정말 어두운 미래가 도래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고쳐야 할 부분에는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1. 지금은 과도기다
"지금처럼 미친듯이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투자하는 시기는 앞으로는 절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은 서민이라도 빚을 내서 어떻게든 스펙을 올리겠다고 수백만원의 돈을 투자해서 과외하고, 학원 다니고, 어학연수까지 갔다오고 하지만 이게 다 무의미한 짓이라는 걸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렇게 스펙을 쌓아올려도 좋은 일자리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고, 그마저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나만은 예외가 되겠다'는 생각에 사회 구조를 개선하려 하기 보다 아직은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상태.
2.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출발선이 다르면, 즉 현금이 없으면 어차피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가속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금수저'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의 삶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의 노력으로 쫓아갈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어차피 노력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3. '죽어라'고 노동력을 제공하려하지 않는다
"한평생 중산층과 빈곤층의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하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제품을 소비해 경제 성장을 주도해야 할 세대들이 일할 의지도, 공부할 의지도 잃는다."
과거 7~80년대만 해도 더 어려운 환경에서 더 열심히 일했던 어른들과 달리 이들은 "미래가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 탓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노력해봐야 그 이득이 상위 1%에만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 하지 않고 자발적인 니트족이 되는 이유다.
4.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빈곤층 범죄가 증가한다
"(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면서) 기득권층은 리스크가 큰 투자행위를 중단한다.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으며 살기 시작한다. 브랜드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도 끼리끼리 모이는 학교에만 보내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경제의 성장 주체가 중산층이 아닌 상위 1 퍼센트에 국한되기 때문에 부의 쏠림이 심화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최근 10억 이상의 금융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전년 대비 16% 늘어 총 21만명이 됐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경제 활동을 멈춘 고령층을 중심으로 빈곤층 역시 급속도로 늘고 있다. 빈곤층으로 전락한 무직자 범죄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5. 서울대 출신 7, 9급 공무원이 수두룩해진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자신만은 빈곤층 전락의 예외가 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오직 공부로 인한 안정적인 직업의 획득을 위해 노력한다.
1%의 성장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는 더이상 SKY 출신도 설 자리를 잃는다.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이들의 공무원 지원이 는다는 것.
매년 대졸자의 절반 가까이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3년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생의 10% 가량은 7~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6. 애를 낳지 않아 초고령화 사회가 되고, 경제구조가 서서히 무너진다
"(경제구조)는 애를 낳아줘야 그 애들도 또 노예가 되어 노동력을 제공하며 월급을 받아 펀드도 사고 그래야 기업 주식도 올라가고 차도 사고 이것저것 소비를 해줘야 경제가 순환하는데 애를 낳지 않아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 경제구조 자체가 무너질 지경이다"
실제 현재 2030 세대 다수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고 출산율도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젊은 중산층의 노동과 소비가 경제 성장의 엔진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같은 현상은 경제구조를 위태롭게 한다.
아이도 낳지 않을 뿐 아니라 노예나 다름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수준의 노동은 거부하며 자발적 니트족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제 구조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