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열악한 근무조건과 주민들의 갑질 속에서도 숨 죽이며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을 대신해 배우 신구가 던진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2회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인 김석균(신구 분)이 주민에게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한 주민이 석균에게 새로 산 의자를 집까지 옮겨줄 것을 부탁하자 석균은 고분고분 혼자 무거운 의자를 어렵게 차에게 꺼낸다.
이때 석균은 무거운 의자를 밀어서 옮기려 하자 주민은 애완견을 안은 채 "들고 가세요"라며 "그런 거 하나 못 들고 무슨 경비일을 본대?"라고 차갑게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석균은 "사모님, 내가 개를 안을테니까 사모님이 이 의자를 미셔"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주민은 "어머, 이 아저씨 왜 소리를 질러. 경비일 관두고 싶어요?"라며 되레 큰소리를 친다.
이에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석균은 마음 속에 꾹 참아왔던 말들을 내뱉기 시작한다.
해당 장면은 그동안 갑질의 횡포에도 떳떳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을', 경비원들의 입장을 대변해 준 것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은 것에도 모자라 폭행까지 서슴치 않는 악행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갑질이 도마위에 올랐다.
게다가 새벽근무를 하는 경비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면서 이마저도 해고될까봐 두려움에 떠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자식 뻘인 주민들에게 무릎까지 꿇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아버지, 할아버지뻘 되는 경비원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한 주민은 낡은 의자를 사용하는 경비원에게 새 의자를 선물하기도 하고, 경비실에 에어컨을 놓아주자고 다른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의 미담도 잇따라 들리고 있다.
'갑과 을'은 항상 상대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갑'인 동시에 '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둔다면 경비원들의 고충뿐 아니라 어떤 약자의 입장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