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자헛이 계약서상 근거 없는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를 가맹점주들에게 부과한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자헛이 가맹본부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을 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정인숙 부장판사)는 강모씨 등 피자헛 가맹점주 89명이 한국 피자헛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자헛에 원고 이모씨를 제외한 88명에게 352만∼9천239만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고 주문했다.
가맹점주들은 피자헛과 최초 가맹계약을 맺을 때 가맹비를 지급한 후, 매달 총수입을 기준으로 로열티와 원재료비, 콜센터비용, 광고비 등을 냈다.
피자헛은 가맹점주들에게 대금 청구서를 보내면서 '어드민피'라는 항목을 만들었는데, 마케팅이나 전산지원, 고객 상담실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뜻했다.
이에 따라 가맹점주들은 월 매출액의 0.55%씩, 2012년 4월 이후부터는 0.8%씩 '어드민피'로 내야 했다. 이때부터 계약을 새로 맺거나 계약을 갱신한 가맹점주들은 가맹계약서와는 별도로 피자헛과 '어드민피' 지급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가맹점주들은 피자헛이 가맹계약에 근거 규정도 없는 '어드민피'를 부과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피자헛은 "계약 체결 시 '어드민피'가 부과된다는 취지의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했고, 일부 가맹점주들과는 '어드민피'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반발했다.
일부 가맹점주가 오랜 기간 아무 문제 제기 없이 '어드민피'를 지급해 온 만큼 묵시적 합의가 성립됐다는 주장도 폈다.
법원은 '어드민피'의 법률상 부과 근거가 없다며 가맹점주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자헛이 어느 항목에 구체적으로 얼마의 금액이 소요됐는지 아무런 기재 없이 '어드민피'를 청구하고 있다"며 "피자헛 스스로도 '어드민피'가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비용인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등록했다는 정보공개서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사항을 가맹계약에 포함하려면 동일한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자헛이 가맹점주들과 합의서를 작성한 것도 불공정 행위라며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의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부과하던 '어드민피'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변칙적인 방법"이라며 "마땅히 피자헛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들이 '어드민피' 지급에 묵시적으로 합의했다는 피자헛 주장도 "어드민피 중 일부라도 내지 않으면 지연손해금을 내야 하고, 나아가 가맹계약이 해지되거나 계약 갱신이 안 될 수도 있는 부담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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