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40억원이 확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51)씨와 처남 이창석(65)씨가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두 사람의 벌금 추가 납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1일 이들의 노역장 유치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전씨 등은 이날 오전 8시께 자택에서 신병이 확보돼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노역장 유치는 사실상 수감생활을 하는 절차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미납된 벌금에 상응하는 특정 기간 노역을 하게 된다.
형법에 따르면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상 벌금을 완납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은 사람은 수형자로 분류된다.
전씨는 이날 현재 벌금 38억6천만원, 이씨는 34억2천90만원을 미납한 상태다. 미납한 벌금액수를 하루 400만원으로 환산해 각각 965일(약 2년 8개월), 857일(약 2년 4개월)의 노역장에 처해졌다.
검찰은 벌금 분납 기한이 지난 점과 두 사람의 재산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씨는 벌금 납부 능력이 없다는 점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역장 유치 사범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 통상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청소 등 환경정비 활동을 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씨 등도 다른 수형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특정 개인의 작업 내용을 확인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씨와 이씨는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땅 28필지를 팔면서 120억원 규모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 27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작년 8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40억원씩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벌금 납부를 계속 미뤘고, 검찰은 같은 해 10월까지 여러 차례 독촉장을 보냈다.
검찰이 올 1∼6월까지 6개월에 걸쳐 분할 납부를 허가했지만 집행된 벌금은 소액에 불과하다. 전씨는 지금까지 1억4천만원, 이씨는 5천50만원을 낸 게 전부다.
검찰이 노역 환산액을 하루 400만원으로 정한 것은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앞서 국회는 허재호(74)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 노역' 논란 후인 2014년 5월 형법을 고쳐 법원의 재량권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역장 유치 규정을 세분화했다.
허 전 회장은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이 확정됐다.
그는 벌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피해 호화생활을 하다가 2014년 3월 귀국해 벌금 집행을 노역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당 5억원이 책정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후 형법 70조에 노역장 유치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기존에는 재판부 재량으로 3년 이내에서 노역장 기간이 정해졌으나 개정법에 따라 벌금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천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역 일당이 통상 10만원 수준인 일반 형사사범에 비해 전씨 등이 여전히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명 인사의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선 벌금 액수에 따라 노역 유치 기간을 제한하기보다 노역 일당의 범위를 정해주는 방식으로 형법 재개정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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