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이 공영방송 KBS 보도에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KBS 뉴스에서 실제로 기사가 빠져서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30일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시민단체가 공개한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통화 내역에는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이 의원의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6일째인 2014년 4월 21일 해경은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해경 관할 진도관제센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적극적인 탈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K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이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고 보도 이후 이 의원은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격양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이 의원은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라며 다소 흥분된 상태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어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에 다른데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내고 있잖아요"라며 "지금 뭉쳐서 정부가 이를 극복해 나가야지 공영방송까지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가지고 되겠냐고요"라며 언성을 높여 KBS 보도국장을 다그쳤다.
김 보도국장은 "아니 이번 참사를 놓고서 이건 면밀히 우리가 분석을 해서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라고 반박했지만 소용없었다.
2014년 4월 30일 저녁 심지어 이 의원은 다시 김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KBS '뉴스 9'에서 방송된 해경 비판 보도가 심야뉴스인 'KBS 뉴스라인'에서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게다가 "다른 것으로 대체를 해주던지 말만 바꾸면 되니까 녹취록을 다시 녹음하던지"라며 실제 녹취록을 위장하려는 시도도 피력했다.
결국 이날 KBS 방송에서 해경이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비판 기사는 빠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을 비롯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 등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전국민이 분노한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으로 인해 청와대가 언론 보도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 공개 이후 청와대는 KBS 보도 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1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녹취록에 대해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같은날 정 대변인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의원에게 KBS 보도 관련 지시를 했냐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정현 홍보 당시 수석이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아마 협조를 했던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답했다.
한편 현재 새누리당 소속인 이 의원은 전남 순천시를 지역구로 재선에 성공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