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축구장 55배 크기 국회연수원, 혈세 300억 낭비 논란

인사이트연합뉴스


축구장 크기의 55배나 되는 국회 고성 의정연수원이 오는 12월 완공을 앞둔 가운데 건립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인천 강화도의 기존 의정연수원이 교육과 연수, 세미나 지원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도 300억원 넘는 엄청난 혈세를 들여 대규모 휴양시설을 또 짓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강화연수원이 연수받기 빠듯할 정도로 작은 시설이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다는 국회의 설명에도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더욱이 고성연수원이 완공되면 강화연수원은 오로지 '휴양시설'로서만 기능할 가능성도 크다.


◇ 금배지들의 휴양시설로 전락한 강화연수원…방문객 96%가 휴양목적


인천 강화 의정연수원은 2002년 개원했다.


대지면적 5만1천471㎡에 관리동 1실(66㎡), 강의동 1실(132㎡), 숙소동 4실(각 66㎡, 방·화장실 각각 2개), 족구장, 산책로, 전망대 등을 갖췄다.


숙소는 1박에 3만원으로 저렴하다.


이 저렴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 공무원뿐이다.


정확한 이용 현황도 공개하지 않아 실태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12년 이용실적을 분석해 공개한 결과, 그 해 연수원 사용 건수는 총 582건, 사용 인원은 3천638명이었다.


이 중 약 96%인 561건, 3천320명이 가족모임과 휴양목적으로 연수원을 방문했다.


교육과 연수 목적 방문은 21건, 318명에 불과했다.


국민 혈세가 의원과 공무원들의 가족모임과 휴양에 쓰인 셈이다.


인사이트2012년 11월 20일 국회 관계자들이 국회의정연수원 건립 예정지를 방문한 모습 / 연합뉴스


당시 국회 사무처는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강화연수원은 총 3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시설로 국회 전 직원이 4천300명인 점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휴양목적이라는 비판에는 "연수원 고유 목적인 세미나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함과 동시에 세미나와 교육이 없는 기간에는 효율적 활용을 위해 국회 직원과 가족에게 시설을 개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용형태가 타 부처나 공공기관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국회의 변명도 궁색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고성연수원이 완공되면 강화연수원은 오로지 '휴양시설'로서만 기능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국회사무처 관리국 관계자는 "고성연수원이 연수의 주축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해 강화연수원은 소규모 연수 등 다른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축구장 55배 크기 연수원 또 건립…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혈세 낭비'


강화연수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도 현재 강원도 고성에 의정연수원이 준공율 70%대를 보이며 공사가 한창이다.


면적만 39만4천139㎡로 국제규격 축구장 크기(7천140㎡)의 55배에 달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만3천668㎡ 규모다. 오는 12월 완공된다.


투입되는 혈세만 350억원에 이른다.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350석 규모의 대강의실과 135석 규모의 중강의실, 50석 규모의 소강의실, 15∼20석 규모의 분임토의실, 30석 규모의 간담회실이 들어선다.


83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비롯해 식당과 매점 등 부대시설도 마련된다.


고성군 행정 지원을 등에 업고 연수원 인근을 통과하는 2차선 도로 확장 공사도 한창 진행중이다.


7번 국도 군도 5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지점인 3.9㎞ 구간에 총사업비 130억여 원을 들여 도로를 넓히고 있다.


차로 10∼15분만 이동하면 설악산과 대형 워터파크, 골프장, 해수욕장 등이 즐비하다.


숙소에서는 설악산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조망도 좋다.


국회사무처는 고성연수원에 수영장까지 만들 계획이었으나 여론을 의식해 철회하기도 했다.


예산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국회의 해명에도 휴양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국회사무처는 "초호화 시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정된 예산으로 충분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부지를 찾다 보니 강원도 고성에 들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사무처 관리국 관계자는 "전국을 돌아봤지만, 고성 부지는 군사지역으로 토지매입가가 가장 싸고, 운동시설 외에는 기초적인 부대시설만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에 국회가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질타를 받는데 강화도에 있는 연수원은 교실 하나 크기의 강의실밖에 없어서 토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고성연수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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