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예금금리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연간 은행이자로 수수료 한 번 내지 못하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순이자마진(NIM) 감소로 수익이 준 은행들이 너도나도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어 피해는 애먼 서민들만 보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씁쓸한 풍경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인 '참 착한 기업통장'의 명목금리가 예금액 1천만원 이하를 기준으로 연 0.1%에서 연 0.01%로 0.09%포인트 하락했다.
더구나 이런 세율은 세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세금(15.4%)을 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1천만원을 '참 착한 기업통장'에 넣은 고객이 1년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천원. 여기서 세금 15.4%를 떼면 연간 받는 이자는 846원이다.
이는 시중은행 자동화기기(ATM) 1회 이용 수수료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씨티은행 고객이 영업시간이 끝난 후 다른 은행 ATM을 통해 돈을 인출하는 데 드는 수수료는 900원. 단 한 번의 인출로 1년 이자가 훌쩍 날아가는 셈이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KB국민은행 고객도 영업시간 외에 다른 은행에서 ATM 출금을 하면 900원을 내야 한다. 다음 주인 오는 20일부터는 여기서 100원이 올라 1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신한은행 고객도 다른 은행에서 인출할 때 900원을 내야 한다.
송금은 더 비싸다.
국민은행에서 10만원 초과액에 대해 송금을 하려면 2천~4천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3~5년치 이자를 모아야 한 번 정도 송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순이자마진과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이달 1일부터 송금, 예금, 자동화기기, 외환 등 주요 수수료를 차례로 인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지난 4월 외화 송금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일부 구간을 인상했다.
올해 초부터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등도 수수료 일부를 인상했다.
은행의 잇따른 수수료 인상에 고객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은행 예금이자는 얼마 안 되는데 수수료만 올라 화가 난다"며 "솔직히 은행에 돈 넣어놓기가 싫지만, 대안이 없어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금리에 견줘 은행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돼 있다"며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계속 올릴 기세인데 은행의 수수료 체계를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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