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비록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댔지만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 없는 사연이 전해져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지난 15일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한 장의 쪽지와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해당 복지관 내 독서실에서는 소소한 도난사고가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한 회원이 자신의 사물함에 넣어둔 간식거리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던 것.
누군가 자신의 간식을 가져간다고 생각한 이 회원은 자신의 사물함에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그러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이 쪽지를 본 범인(?)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 사물함에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쪽지는 "죄송합니다. 제가 거지라서 훔쳐먹었어요"라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눈에 띄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독서실 비밀번호를 어찌어찌 알고 사물함을 열었는데 맛있는 게 있어서 저도 모르게 손이 갔다"며 "정말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적었다.
"또 부모님이 많이 바쁘셔서 동생들을 대신 돌봐야 해 그랬다"며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오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복지관 직원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범인(?)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해당 사실을 확인한 복지관 직원은 "구김없이 자라야 할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복지관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생리대값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체품으로 사용하는 여학생과 수학여행 비용이 비싸 학교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이 많아지게 하는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