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회삿돈 180억원 가까이 빼돌린 임모(46) 전 대우조선해양 차장은 내연녀와 함께 각각 부동산투자회사를 차려 부동산투기에 나섰을 정도로 대담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임 전 차장이 회삿돈으로 오랜 기간 이런 범행을 저질렀지만, 대우조선은 한 차례도 자체 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선주사와 기술자들이 쓰는 비품을 구매하면서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드는 방법으로 2천734차례에 걸쳐 회삿돈 169억1천300만원을 빼돌렸다.
그는 시추선 건조 기술자 숙소 임대차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을 하는 수법으로 2008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45회에 걸쳐 9억4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친·인척 명의를 도용했다.
임 전 차장은 횡령한 돈을 이용해 부동산투기에 나섰던 과정 등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그는 2014년 자신을 대표로 내세워 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그는 시가 100억원이 넘는 부산 명지동 상가건물을 사들였다.
그는 상가건물을 매입하면서 은행권으로부터 대출도 받았다. 임 전 차장의 내연녀인 김모(36)씨도 이듬해 부동산투자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곧바로 부산 해운대의 싯가 50억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했다.
그 역시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두 건물 모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대우조선 측이 횡령된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이와 함께 모두 증권회사 6곳에 계좌를 개설해 놓고 수억원대의 주식투자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임 전 차장이 은신처로 삼은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10억원 상당의 명품 가방, 귀금속 등 24점을 압수했다.
압수품 가운데에는 보석이 박힌 2억원짜리 시계도 있었다. 명품 가방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 과정에서 개당 수천만원 짜리 명품들을 난생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임 전 차장은 6대의 외제승용차도 리스 등을 통해 타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또 해운대의 신규분양 아파트에 수억원을 내고 전세로 입주해 은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임 전 차장이 8년이나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단 한 차례도 감사 등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의 범행은 지난해 후임자가 거래명세표에 적힌 물품이 제대로 입고되지 않았고 거래명세표상 금액이 너무 큰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회사 측에 이를 알림으로써 드러났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임 전 차장에 대한 감사에 나서 비위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횡령한 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으나 "부동산이 근저당 설정돼 있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듣고 회수를 일단 포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가 재직한 동안 임원 등 책임자가 3번 바뀌었다"며 "그가 그렇게 오래 한 자리에 있었던 것이나 오랜 기간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받지 않은 데에는 상급자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가 재직한 동안 근무했던 임원과 부서장 등 3명에 대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거제경찰서는 지난 14일 임 전 차장과 그와 공모해 범행에 가담한 문구류 납품업자 백모(34)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각각 구속하고 임 전 차장의 도피를 도운 내연녀 김 씨를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오는 17일쯤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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