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5명이 밥먹고 가격을 몇천원씩 따로 끊어 카드로 계산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지인 A씨를 만났다. 퇴근 후 부모님의 식당 일을 종종 돕는 A씨는 요즘 장사도 안되는데 손님들이 따로 몇천원씩 따로 끊어 계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A는 "5명이서 4인분을 시켜 밥먹고 5천원씩 따로 끊어 계산하더라"며 "이해는 가는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따로 끊어 계산한다고 해서 카드 수수료가 더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 시간대에 혼잡한 계산대에서 이렇게 계산하다가 한두명 계산을 놓치거나 메뉴 중 계산을 빼먹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A는 "혼잡한 시간에는 계산대가 정신이 없어 실수가 발생하고 평소 시간에는 너무 한적해 사람을 추가로 쓰기도 애매하다"며 "인건비 맞추기도 어려운 시기라 그냥 내가 저녁 시간대라도 틈틈이 돕는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데 신경 써야 하는 '서비스업'을 하다보니 깐깐하게 구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된다.
"인수대로 시켜달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데 "계산을 한꺼번에 해달라"고 말하기는 더욱 어렵다. 계산을 따로 하겠다는 것은 손님들의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체크카드 결제 절반은 '1만원 이하' 금액에 해당할 정도로 소액결제가 증가하는 추세가 뚜렸하다.
스마트폰 소액 결제도 5조원에 육박할 만큼 사람들은 현금 없이 '소액 결제'를 하는 데 익숙해졌다.
은행뿐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까지 '페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같은 현상은 점점 더 두드러지게 될 전망이다.
이제는 손님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단순히 '나눠서' 결제하기만 할 뿐 아니라 결제 수단 조차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계산대 앞에서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누구는 현금으로 5천원, 누구는 카드로 5,500원 누구는 스마트폰에 장착된 '삼성페이'로 6천원을 결제하는 상황이 점점 더 빈번해지는 것이다.
A씨는 "식당 일 하는 부모님도 매출이 좋지 않을 때는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번다"며 "음식을 칼같이 서비스하고 결제도 손님들의 요구대로 하면서 실수가 없으려면 직원을 늘려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