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할머니가 파는 야채 땅에 떨어지자 몽땅 사간 고등학생


길에 나부라진 야채를 몽땅 사가지고 들고 가는 김경민(17)군 / Facebook '성심보건고 익명고백' 

 

[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흉흉한 소식이 밀려오는 요즘 한 10대 소년의 따뜻한 이야기가 세상을 위로하고 있다.

 

부산 성심보건고에 재학중인 1학년 김경민군은 노란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사진이지만 경민군이 들고가는 비닐봉지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을 듣고자 인사이트는 지난 7일 어렵게 경민군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거듭 인터뷰를 고사하던 경민군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관심들이 부담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경민(17)군 

 

지난달 26일 경민군은 하굣길에 술에 취한 한 할아버지가 길거리에서 한 할머니에게 시비를 걸며 할머니가 판매하는 야채를 다 어지러뜨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경민군은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할머니가 불쌍해 길에 나부라진 야채들을 모두 샀다"고 말했다.

 

당시 야채 값 2만원 중 수중에 1만원밖에 없었던 경민군은 옆에 있던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했다. 하루 용돈이 1만원인 경민군에게 2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이렇게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 물건을 판매하는 할머니에게 무언가를 산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김경민(17)군 

 

경민군은 "평소에도 할머니들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시면 다 사가지고 집으로 간다"며 "병인 것 같다. 할머니들을 보면 다 사고싶은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할머니와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냈다던 경민군의 이런 행동에 가족들도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경민군은 "내가 사들인 야채들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지만, 사가지고 가면 할머니께서 맛있게 요리해 주신다"며 "부모님도 할머니도 다 잘 사왔다고 말씀해 주신다"고 덤덤히 말했다.

 

착한 마음을 가진 경민군의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친구가 사진과 함께 전하면서 수만명이 공감했다.

 

이에 대해 경민군은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특별한 것 처럼 관심을 가져주니 부끄럽다"며 "선생님들이 더 상냥하게 대해주시는 것은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명세를 탄 경민군은 작은 에피소드를 인사이트에 귀띔했다.

 


김경민(17)군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있는 경민군은 "여자친구 역시 착하다고 말을 해준다. 하지만 많은 여자들이 SNS를 통해 친구 신청을 해서 여자친구가 살짝 질투하고 있는 상태다"고 유명해진 고충(?)을 털어놨다.

 

초등학생때 레슬링 선수를 꿈꿨다는 경민군은 현재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즐기기에 바빠 지금은 꿈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라면 무엇을 하더라도 멋지게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