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직무 자율성이 낮은 남성 감정노동자는 자살 충동이 최대 4.6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 윤진하 연세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감정 소비가 큰 직무를 요구받으면서 자율성이 낮은 사람의 자살 충동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남성이 최대 4.6배, 여성이 2.78배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제4차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이용해 총 1천995명의 서비스·판매직을 대상으로 1년간의 자살 생각과 감정적 직무 요구 및 자율성의 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국내에서 감정노동과 직무의 자율성을 대규모로 연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공식학술지 7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감정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일해야 하는 경우로,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직업 종사자들이 해당한다. 직무 자율성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허용되는 자율적인 재량권을 칭한다. 예컨대 똑같이 고객을 응대하더라도 근로자의 상황 판단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직무 자율성이 높다고 본다.
연합뉴스
연구 결과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요구받는 근로자의 자살 충동은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남자가 2.07배, 여자가 1.97배 높았다.
여기에 직무 자율성의 요인을 추가했을 때에는 남성 노동자 자살 충동이 큰 폭으로 뛰었다.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하면서 직무 자율성까지 낮은 남성의 자살 위험도는 4.6배, 여성은 2.78배까지 커졌다.
반면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하면서 직무 자율성이 높은 사람의 자살 충동은 남성이 1.93배, 여성이 1.6배로 상대적인 위험이 낮았다.
감정노동자의 자살 충동은 여전히 그렇지 않은 직군보다 높았으나 업무 재량권에 따라 그 정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윤 교수는 "같은 감정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고객을 응대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재량권이 부여됐을 때 자살 위험도가 다소 낮아졌다"며 "감정노동자의 자살을 예방하고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권한을 부여해 직무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직무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