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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교인 헌금을 개인 세금 납부 등 사적 용도로 썼더라도 교회 정관과 헌법에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교회 자체 승인을 거쳤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지출을 문제삼으려면 교인들의 의사에 어긋나게 사용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이 같은 점도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석준협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구로구 한 교회의 A(62)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목사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년 동안 교회 헌금 9천여만원을 건강보험료, 아파트관리비, 재산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사용했다. 헌금 보관 계좌에서 건강보험료 등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이체하기도 했다.
교회에서 제명된 한 인사가 이 문제로 A 목사를 고소했고, 검찰은 A 목사의 행위를 업무상 횡령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회 정관에 헌금 용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교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석 판사는 "정관에 재정의 사용처를 특정 용도에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교회가 속한 교단에 따르면 목사 사택관리비, 재산세 등의 지원 여부는 개별 교회가 결정할 수 있고, 대부분 교회가 목사에게 보험료, 재산세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것이 교회 헌법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정관과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회는 담임목사에게 급여 외에 예산 및 교인의 승인을 거쳐 사택관리비 등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헌금 등이 보험료, 재산세 등에 사용된 점만으로 이를 횡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지출이 승인 없이 교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점이 증명돼야 횡령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 판사는 "그러나 고소 전까지 교인뿐만 아니라 장로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교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과 반목하는 고소인의 진술만으로는 교인 헌금을 그 의사에 반해 횡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