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6 대한민국 라면 박람회'가 열렸다.
이번 박람회는 '국민 음식'인 라면의 역사와 트렌드를 공유하고, 국내 제조·유통기업의 발전과 수출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무엇보다 저렴한 입장료에 세계 각국의 대표 라면을 맛볼 수 있고, 라면과 관련한 기타 상품들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행사 첫 날인 지난 3일 2시경, 라면 박람회가 열리는 코엑스 C홀 앞 매표소에는 세계 각국의 라면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다양한 행사와 시식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장 내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각 부스를 차지한 라면 관련 업체들은 무료로 상품을 주는 게임을 하거나 시식 이벤트를 진행했고, 국내 유명 라멘 체인점은 관람객들에게 자사의 대표 라멘을 판매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벤트와 먹거리에도 관람객들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지기만 했다.
이벤트를 참여하려는 관람객들의 줄은 지나다니는 통로를 막았고, 라면을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계산하는 줄과 음식을 받는 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불편함을 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매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해 박람회장 내부에는 서서 음식을 먹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박람회를 찾은 한 대학생 커플은 "가격 대비 라면의 양이 너무 부실하고 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불편함을 느꼈다"며 "또한 라면을 사긴 했는데 앉을 자리가 없어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받은 것처럼 서서 먹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SNS에 올라온 광고글을 보고 엄청난 기대를 하며 왔는데 즐기기커녕 돌아다니다 지치기만 했다"며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람회가 열리기 전 주최 측은 인사이트와의 사전 전화 통화에서 "관람객들이 편히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리를 확보해 놓았다"고 말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준비된 장소에는 100명도 채 앉기 힘들게 되어 있었으며 테이블 정리가 신속하게 되지 않아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었다.
또한 정수기나 물 판매대가 제대로 비치되어 있지 않아 많은 관람객들이 출입구에 비치된 자판기에서 900원짜리 생수를 구입하거나 박람회 내부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3800원 이상의 가격에 음료를 사 마셔야 했다.
박람회를 찾은 한 직장인 여성은 "이 박람회에서는 특색이나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내년에도 이런 형태로 개최된다면 오기가 좀 망설여진다"고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라면을 소개하고 판매하고자 마련된 라면 박람회는 제품을 살 수 있고, 시식할 수도 있는 일반 마트와 별 차이가 없어 관람객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라면 박람회 측은 "라면 박람회가 작년 코엑스에서 다시 보고싶은 박람회 5위를 했다"고 광고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결국 관리 소홀로 인해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박람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