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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받고 나가보면 병 들었거나 다친 게 태반이에요. 버린 이유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충북도청에서 동물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애지중지하며 끔찍이 챙기다가 병이 들거나 늙으면 애완견을 몰래 내다 버리는 실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수의사 출신인 그는 "충동 구매했다가 하자가 생기면 버리는 세태가 생명체인 애완견을 키우는데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가족처럼'이 아니라 '가족'으로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면 아예 키우지 않는 게 좋다"고 잘라 말했다.
핵가족화되고, 독신자나 노부부 등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려고 키우는 반려견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정확한 수를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전국적으로 500만∼6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가구 수가 지난 4월 기준 2천110만4천여 가구인 걸 고려하면 3∼4가구당 1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견의 '엄마' 혹은 '아빠'를 자처하고 반려견을 '자식'만큼 끔직히 챙긴다. 이쯤 되면 반려견은 '가족'이나 그 이상의 존재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대체로 만족스러워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0명 중 2∼3명을 빼고는 "함께 생활하는 덕분에 즐겁다"거나 "반려견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병이 나거나 사고로 불구가 되면 가족이라던 반려견을 내다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기견을 '고려장'하는 것으로, 반려견에게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는 주인의 '배신'인 셈이다.
◇ 당국 집계 유기견 연간 6만 마리…실제로는 10만 마리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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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유기견은 한 해 평균 6만마리가량이다. 2013년 6만2천119마리, 2014년 5만9천180마리, 지난해 5만9천633마리다.
작년 기준 지역별로 보면 40.6%(2만4천204마리)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경남 8.7%(5천212마리), 부산 6.2%(3천671마리), 경북 5.3%(3천131마리), 충남 5.1%(3천68마리) 순이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구 규모에 비례한다.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나 보호센터가 집계한 숫자인데, 동물 보호단체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기견까지 포함하면 연간 10만마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 간사는 "유기견을 보고 당국에 신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실제 버려지는 개는 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적어도 배가량 많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고된 유기견은 유기동물 보호소나 보호센터로 옮겨진다. 길거리를 떠도는 방랑생활을 청산했다고 해서 유기견이 안락한 삶의 터전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소는 유기견 포획 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열흘간 공고한다. 이 과정에서 유기견을 보고 소유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그 비율은 20%정도에 불과하다.
주인을 찾지는 못했지만 30%의 건강한 유기견은 분양돼 새 주인을 찾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절반은 앓고 있는 병이 도져 죽거나 안락사 된다.
'내장형 칩'이 삽입된 유기견도 있다. 반려견으로 해당 지자체에 등록된 것인데 소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확인이 가능하다. 잃어버릴 것을 우려한 주인의 배려다.
그러나 이 칩이 있는 유기견이 모두 주인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은 "칩에 입력된 정보를 이용, 소유주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지만 통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의도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인이 변심해 일부러 기르던 개를 버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버려지는 개들은 늙어서 병이 났거나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견으로 입양해 애정을 쏟았으나 병들거나 다치면 몰래 버리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한 관계자도 "유기견 신고를 한 뒤 며칠 지나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하는 민원인들이 있다"며 "반려견을 내다버리고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안부를 확인하는 소유주들"이라고 분석했다.
◇ "번식·분양업 규제, 유기동물 보호소 통해 분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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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 씨는 최근 동물 판매업체에서 120만원에 반려견을 분양받았다. 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연일 설사에 구토를 했다. 병원에 가보니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했다. 결국 반납하고 다른 반려견을 분양받았다. 그는 그때 비로소 반려견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모 씨는 분양받은 지 얼마 안 된 반려견의 다리가 1.5㎝ 찢어져 봉합 수술을 하는데 55만원을 썼다. 엑스레이 2장을 찍는데 30만원, 봉합 하는데 25만원 들었다고 한다.
먹이만 제때 주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양했는데 개를 키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주기적으로 예방주사를 맞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며 먹이를 장만하는데 드는 돈까지 계산하니 반려견을 집에 두는 게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경제적 부담을 느낀 그는 결국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 하며 정이 들었던 반려견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다.
그는 이때부터 '함부로 반려견 키울 생각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반려견이 가족의 대접을 받다가 동물판 '고려장'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이 동물병원 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정부는 1999년 동물병원의 담합을 막고 자율경쟁을 도입하겠다며 동물 의료 수가제를 폐지했다. 그 이후 진료비가 병원마다 달라졌다.
보험 혜택도 거의 없어 단순 예방 접종 주사만 맞아도 2만∼3만원을 내야 한다. 잔병 치레가 많은 반려견이라면 병원 신세를 질 때마다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으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길거리에 버려지게 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고철환 청주 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은 "가난해서 제대로 못 먹고, 좋은 옷을 걸치지 못해도 가족은 가족인 것 아니냐"며 "명을 다할 때까지 함께 더불어 살겠다는 심정으로 반려견을 맞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기견 발생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성숙된 애견문화 조성을 위한 의식 개선 운동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무분별한 입양과 무책임한 유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 애완견 번식업이나 분양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 간사는 "공장 제품처럼 수요에 맞춰 반려견이 공급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마트에서 고르듯 강아지를 살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우리나라 애완견 시장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정부조차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업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독일처럼 유기견보호소에서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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