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박찬욱 감독 "왜 배우가 아니라 여배우라 부르죠?"


(좌) 연합뉴스, (우) 영화 '아가씨' 스틸컷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남성 배우에게는 굳이 '남배우'라고 하지 않지만, 여성 배우에게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여배우'라고 부르는 건 왜일까.

 

27일 YTN '뉴스타워'에 출연한 박찬욱 감독이 여자배우를 '여배우'라 부르는 사회적 분위기에 뼈있는 한 마디를 날렸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아가씨로 3년 만에 돌아온 박찬욱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아가씨'에 대한 작품 설명과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배우'에 대한 생각에 관해 이야기했다.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하녀' 등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강조해온 박 감독은 이번 신작에서도 김민희와 신인배우 김태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배우로서 김태리씨의 앞으로 가능성은 어떻냐"는 앵커의 질문에 박 감독은 "창창하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나이가 어린데도 처음 봤을 때 당당하고 위엄이 있어 보였다"며 "어디에 휘둘리거나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여자배우를 '여배우'라고 부르며 주체적인 예술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적인 한 사람의 당당한 예술가로 길게 살아갈 것"이라며 김태리에 대한 평가를 덧붙였다.

 


영화 '아가씨' 스틸컷

 

앵커의 "여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묻는 말에도 박 감독은 "딸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 속에 뿌리 깊은 여존남비 사상 때문인지, 여배우에게 더 애정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여성 캐릭터가 꼭 천사같이 착한 사람만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자기 욕망과 목표와 의지를 가진 강한 여성이 보고싶었다"며 영화 '아가씨'에서 강한 여성 캐릭터를 부각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 사회에 무의식 중에 자리잡고 있는 여성 차별적 태도에 대한 뼈있는 일침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열 번째 장편영화여서 그런지 영화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특히 후반 작업에서 귀족 집안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세련되고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영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영화 '아가씨'의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이 주연하고 박찬욱 감독한 영화 '아가씨'는 다음 달 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