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제공
일명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개 번식장의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개 사육장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계 기관은 정확한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인력 부족을 이유로 개 사육장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상태다. 설령 동물 학대가 적발돼도 느슨하고 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처벌 수위가 낮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전국 '합법' 개 사육장 2천692 곳…미신고 합치면 5천 곳 넘어
개를 집단으로 사육하는 곳은 크게 애완견을 공급하는 개 번식장과 식용견을 키우는 사육장으로 나뉜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개 번식장은 모두 187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7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44곳), 충북·전남(각 21곳)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미신고 업체까지 포함하면 애완견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개 번식장은 최대 1천여 곳에 이를 것이라는 게 농림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식용견 사육장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배 이상 늘어난다.
그나마 애완견은 농림부가 동물 복지 업무로 따로 관리하지만 식용견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다만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취급하는 환경부 통계를 통해 그 수를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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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개 사육사가 60㎡ 이상이면 신고하게 돼 있는데 지난달 현재 그 수가 2천692곳에 이른다.
경기도 638곳, 충북 356곳, 충남 355곳, 경북 350곳, 전북 224곳, 전남 193곳 등의 순이다.
이 통계에는 개 번식장과 식용견 사육장이 모두 포함됐을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미신고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최소 5천여 곳을 넘어설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 관리·감독 인력 태부족…신고제 전환 이후 미신고 업자 양산
농림부나 전국 지자체 인력 배치를 보면 급속히 불어난 개 사육장이 당국에 의해 제대로 관리·감독 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농림부에는 동물복지 업무를 맡은 직원이 고작 2명뿐이고, 각 지자체 역시 1∼2명의 직원이 개 사육장 관련 업무를 모두 보고 있다. 물론 이들 직원은 이 업무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어서 개 사육 관리는 늘 뒷전으로 밀린다.
정식으로 신고한 업체 관리도 벅찬 실정이어서 미신고 업체 단속은 커녕 실태 파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고 업체보다 더 많은 미신고 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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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기를 수 있는 터만 마련해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고 느슨한 규정만 충족하면 개 사육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개 사육장 운영은 신고제가 아니라 등록제였다.
등록제에서는 부지뿐만 아니라 동물 사육에 필요한 일정 요건의 환경을 갖추고 실사를 거쳐야만 개 사육장 등록증이 발급됐다.
정부는 이런 등록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업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미등록 업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명목으로 2012년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규제를 풀어 개 사육을 양성화 하겠다는 당국의 의도는 빗나갔다. 개 사육장 수는 불어났지만 미신고 업체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국이 단속의 고삐를 느슨히 하는 것으로 해석돼 불법 사육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 완화가 불법을 조장한 셈이다.
◇ 가볍고 애매한 처벌 규정 '있으나마나'
개 사육장 관련 법규상 가벼운 처벌 규정도 동물 학대 논란이나 비위생적인 사육 등을 조장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고 없이 개 사육장을 운영하다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신고를 해 행정기관 간섭을 받느니 차라리 신고하지 않고 운영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개 사육장 안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가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사육장 주변 환경을 일정 기준 이상 갖추지 않거나 적합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으면 동물 학대죄로 보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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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처벌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적 이슈가 돼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해 처벌에 나설 경우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최근 전남 화순에서 개 300마리를 키우며 강제 임신과 불법 마약류를 사용해 제왕절개 수술을 한 농장주 김모(54·여)씨가 동물보호법이 아닌 마약류관리법으로 입건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육장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가축분뇨법 위반, 음식쓰레기 등을 먹이로 주면 폐기물관리법 위반을 적용하는 식이다.
◇ 동물 학대 방지대책 내놓은 당국…동물단체 "동물 복지 관심 있나 의문"
최근 개 사육장 내 동물 학대 논란이 확산하자 농림부는 지자체, 생산자협회와 전수조사에 나섰다.
미신고 업체에 대한 벌금을 올리는 방안과 전담부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합법적인 신고 업체도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전수조사를 마치고, 관련 업계와 협의해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근본 이유를 찾아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 정책이 동물 보호보다는 영업자를 우선으로 하는 관점을 유지한다면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보호단체인 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개 사육장 운영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것만 봐도 정부가 동물 복지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근본적인 인식 개선 없는 대책은 들끓는 국민 여론을 잠재우려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동물 학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처벌규정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완견뿐 아니라 모든 개 사육장 시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문제점을 진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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