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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위기 상황에서 비명을 지르면 사이렌이 울리고 경광등이 번쩍이는 여자화장실이 24일 서울대에 설치된다.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사회적 우려가 한층 커진 여성 상대 범죄를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대 공대에 따르면 이 대학 건설환경공학부 건물(35동) 5층 여자화장실이 각종 첨단 센서를 적용한 전자 보드가 부착된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로 탈바꿈한다.
이 보드에는 소리와 열, 연기를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소리 센서다. 비명과 비슷한 영역의 데시벨이 감지되면 외부에 연결된 경광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사이렌이 울린다.
이야기하는 소리나 문을 세게 닫는 소리가 크더라도 사이렌이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문을 닫을 때는 한 차례 '쾅' 소리가 나는 반면 비명을 지를 때는 '아악∼' 하고 길게 소리가 이어지는 점에 착안, 파장이 길고 일정 데시벨 이상일 때만 센서가 작동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화장실 안에는 비상벨도 설치되지만 벨을 누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비명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게 이 제품을 개발한 '덕키즈' 김형준 대표의 설명이다.
유진이 이상우를 여자 화장실에 숨어들어온 변태로 오해하는 장면 / KBS2 '부탁해요 엄마'
비명이 감지될 때 관리실과 112에 자동으로 신고를 접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 센서가 범죄를 모두 막지는 못하겠지만, 제품이 설치됐다는 것만으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며 "실제 범행이 이뤄질 때도 범인을 놀라게 하고 외부에 알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 센서뿐 아니라 열 감지, 연기 감지 센서도 부착된다. 연기를 감지하면 경고를, 열과 연기를 함께 감지하면 119로 자동으로 신고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변기가 막혔을 때 관리자가 직접 화장실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문제를 파악해 알려줄 수 있도록 악취를 감지하는 센서 등도 전자 보드에 부착된다.
개발 업체인 덕키즈와 서울대 연구팀은 이날부터 한 달간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을 시범 운영하고서 비명이나 사이렌의 적정 사운드 등을 보완해 다음 달 말 완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화장실 개발 연구과제를 이끈 한무영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 개념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없었던 것"이라며 "화장실이 지저분한 공간이 아니라 스마트하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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