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한우 한 마리에 천만원 넘었다...승용차 가격대로 올라


(좌) 연합뉴스, (우) 현대자동차

 

한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지난 18일 충북 음성 축산물 공판장의 한우 최고 경락가격은 1㎏에 2만4천999원이었다. 이곳에서는 지육(머리, 내장, 가죽을 뺀 것)상태로 경매에 부쳐지는데, 이 소의 지육무게가 456㎏인 점을 고려하면 몸값이 웬만한 경차 값에 맞먹는 1천140만원이었던 셈이다.

 

이날 이 공판장에서는 466마리의 한우가 거래됐다. 이 가운데 비교적 높은 등급을 받는 거세 한우는 279마리였고, 이 중 21.5%인 60마리 몸값이 모두 1천만원을 돌파했다.

 

이 공판장의 김옥 실장은 "한우 값이 치솟으면서 거세 한우 5마리 중 1마리는 1천만원 넘는 귀한 몸이 됐다"며 "여기에다가 머리 등의 부산물을 합치면 몸값이 1천300만∼400만원 나가는 소도 있다"고 말했다.

 

◇ 쇠고기 값 고공행진…4월 상승률 6년만에 최고

 

통계청은 지난달 국산 쇠고기 값이 작년 4월보다 18.1% 올라 구제역 파동이 있던 2010년 4월(19.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국산 쇠고기 값 상승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2% 오른 이후 11∼12월에도 11∼12%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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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는 상승 폭이 더욱 커져 1월 14.0% 뛴 쇠고기는 2∼3월 16.3% 상승하고, 지난달엔 18%대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쇠고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이유는 국내 한·육우 사육두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우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농민들이 스스로 사육두수를 줄여 왔고, 정부도 한우 값 안정을 위해 축산농 폐업을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정부에서 보는 적정 한·육우 사육두수는 280만마리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사육되는 한·육우는 259만6천마리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

 

공급이 달리면서 도축되기 전 한우의 생체 가격이 1㎏당 1만1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체중 700㎏만 나가도 770만원을 너끈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 1마리 값이 웬만한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을 훌쩍 뛰어 넘다보니 소를 팔아 대학공부 시킨다는 옛말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 "너무 올랐다" 축산농가는 사육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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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수록 이를 지켜보는 축산농가의 머리 속은 복잡해지고 있다.

 

축산농가에서는 통상 2년 뒤 소 값을 예측해 '밑소'라고 불리는 송아지를 들이는데, 소 값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 가격하락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 값과 더불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송아지 값도 축산농가의 입식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가축시장의 6∼7개월된 수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은 363만1천원, 같은 크기의 암송아지는 292만2천원이다.

 

지난해 4월 261만9천원과 213만5천원에 비해 36∼38%씩 수직 상승했다.

 

2013년 4월 수송아지 176만3천원, 암송아지 99만6천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2.2배 넘게 급등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폐업지원이 축산 업계의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부업농을 사라지게 만든 탓이라고 지적한다.

 

부업으로 소 1∼2마리씩 기르면서 송아지를 공급하던 농가가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송아지 공급기반이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보은군 보은읍에서 한우 150마리를 사육하는 송모(51)씨는 "2년간 소를 사육하려면 사료값만 300만원 넘게 드는데, 송아지를 너무 비싸게 들였다가 출하할 시점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큰 손해가 날 수 있다"며 "더할 나위 없이 시세 좋은 지금이 '상투'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축산업계 전반에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 적정 사육두수 회복이 관건…축협, 종자 개량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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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가 송아지 들이기를 주저하면서 축협 등의 브랜드 한우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보은축협이 생산하는 브랜드 한우 '조랑우랑'을 납품하는 송모(55)씨는 "해마다 100마리 넘는 거세 한우를 축협에 출하하고 다시 송아지를 들이는 데, 너무 오른 송아지 값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일부 암소를 번식용으로 전환해 직접 송아지 생산도 하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는 일이어서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보은옥천영동축협의 구희선 조합장은 "'조랑우랑'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적어도 사육두수가 5천마리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은 3천마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며 "마릿수가 줄어든 만큼 종자 개량을 통해 혈통 좋은 한우 생산에 정성을 쏟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한우 값 안정을 위해 사육 두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농협 충북본부 축산사업단 관계자는 "정부 발표나 각종 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한우 사육두수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최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큰 가격 변동은 없어 보이는 만큼 농가에서 사육을 늘려 적정 사육 두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우 사육 두수를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국산 쇠고기 값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저렴한 수입 쇠고기가 그 자리를 대신해 결국 피해가 농가에게 되돌아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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