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지난 16일 고속도로 터널 안 전세버스 연쇄추돌 사고에 휘말린 경남 양산중학교 학생들 심리검사 결과 절반 이상이 '불안' 판정을 받았다.
경남 양산교육지청은 17일 양산중학교 1학년생 221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불안 증세가 '약간 위험' 이상인 학생 수는 총 129명이었다.
양산교육지청 관계자는 "단계별 수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대체로 '약간 위험' 단계인 학생들이 가장 많았으며 그 위로 올라갈수록 수가 점점 줄었다"며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심각한 학생은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불안감 정도는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보통', 불안감이 조금 있는 '약간 위험', 그보다 높은 '위험', 불안 정도가 가장 높은 '심각'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이들이 받은 검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울증과 관계 없는 불안증세를 측정하도록 고안된 'BAI(Beck's Anxiety Inventory)'였다. 다른 하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 척도(CPTSD-RI)'였다.
BAI는 '가끔 다리가 떨린다', '신경이 과민한 상태다' 등 총 2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전혀 안 느낌'에서 '심하게 느낌'까지 4개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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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 척도는 사고에 관한 당사자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문항 20개로 구성됐다.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대부분 그렇다'까지 총 3개 항목이 있다.
양산교육지청은 두 가지 검사 결과에 개별 상담 결과까지 포함시켜 불안감으로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판별했다.
불안 증세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선 오는 18일 집단상담과 개별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날 경남도교육청과 양산중학교는 학생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운영하는 'Wee클래스' 상담사 9명을 반별로 배치해 검사를 했다.
한 상담사는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사고 당시가 생생하게 떠오른다'거나 '언제 또 같은 일이 나에게 닥칠 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는 사후조사를 해 그때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학생이나 더 심해진 학생에게 맞춤형 상담을 할 방침이다.
전문가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의 경우 꾸준한 심리치료로 사고 당시의 아픈 기억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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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벗 상담교육센터 김홍숙 소장은 "사고를 당한 뒤 심리적으로 회복되는 시기는 개인마다 달라 획일적 기준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누구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사태 이후 재난·사고에 관한 심리상담 연구가 잘 돼 있고 전문가도 많다"며 "개인차가 있으나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는 아니었기에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으면 6개월 안에는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부상 정도가 심한 학생들은 병원에 입원했거나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 사고 당시 부상한 학생 233명 중 8명은 코뼈 골절 등 타박상을 입고 현재 양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은 골반이나 배 통증 등을 호소해 정상등교 뒤 병원으로 가 진료를 받았다.
한편 양산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오전 심리검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양산중학교는 오는 18일까지 상담을 진행한 뒤 19일 하루 휴교할 계획이다.
정상수업은 오는 20일부터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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