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6시 50분께 대구시 북구의 한 만물점 앞 도로에 작은 쇼핑가방 하나가 버려졌다.
만물점 주인인 이모(68) 할아버지가 신문 등 쓰레기를 담아 버린 것이었다.
30여분 뒤 부인인 김모(71) 할머니는 돈 봉투가 안 보인다며 안절부절못했다.
김 할머니는 겉면이 무척 낡은 종이봉투에 푼푼이 모은 현금 300만원을 넣어 보관해왔다.
잠시 돈 쓸 일이 있어 종이봉투를 꺼냈다가 깜빡하고 그냥 놔둔 것을 남편 이 할아버지가 쓰레기인 줄 알고 다른 잡동사니와 함께 쇼핑가방에 넣어 내다버린 것이다.
십수 년 만물점에서 1천원 짜리 물건을 팔아가며 생계를 이어 온 김 할머니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김 할머니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꼭 좀 찾아달라"며 애원했다.
대구북구경찰서 노원지구대 남상진 경위와 구병욱 순경은 재빨리 만물점 인근 폐쇄회로(CC)TV 자료를 입수해 꼼꼼히 판독했다.
80대 정도 돼 보이는 폐지수집 할머니가 종이봉투가 든 쇼핑가방을 수레에 싣고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 경위와 구 순경은 그때부터 인근 동네 주민이나 폐지수집 노인 등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만물점이 자리잡은 동네에서 폐지수집 할머니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자칫 쇼핑가방이 대형 집하장으로 옮겨지면 사실상 찾을 길이 없게 되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폐지수집을 하는 한 어르신으로부터 "사진을 보니 비산동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쪽에 비슷한 인상착의의 할머니가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두 경찰관은 지체없이 비산동으로 달려가 어렵사리 문제의 폐지수집 할머니 집을 알아냈다.
쇼핑 가방을 싣고 갔다는 박모(79) 할머니를 만난 경찰관들은 "혹시 쇼핑 가방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고 박 할머니는 자신의 집 계단에 쌓아 둔 폐지 더미를 가리키며 "저기 갖다 놓았다"고 대답했다.
남 경위는 곧바로 쇼핑 가방을 찾아 그 안에 든 종이봉투를 발견하고 주인인 김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종이봉투에는 현금 300만원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쓰레기로 버려진 지 3시간여 만에 주인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 할머니는 "봉투가 없어졌으면 마음이 무척 아플뻔 했다"며 두 경찰관에게 머리를 숙여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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