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경남 산청군에서 119신고를 받고 말벌집을 제거하다가 벌에 쏘여 숨진 소방관의 순직 신청이 기각되면서 관심을 끈 관련 법개정 논의가 20대 국회의 몫으로 넘겨지게 됐다.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발의 이후 총선을 비롯한 정치 일정상 상임위원회인 안행위 전체 회의가 한차례도 열리지 않아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4·13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 의원은 다음달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해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소방공무원이 소방기본법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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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들이 업무에 대한 명분과 자긍심을 찾고 그에 맞는 처우가 이뤄지게 하자는 게 개정 이유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은 소방공무원의 순직 범위를 '재난·재해 현장과 구조·구급업무 또는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 중 입은 위해'로 정하고 있다.
'위험업무'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인사혁신처 순직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순직 신청이 대부분 반려된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구조·구급 이외에 벌집·고드름 제거, 위해동물 퇴치 등 생활안전활동 중 사망한 경우는 사실상 순직 인정이 매우 어렵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숨진 경남 산청소방서 이종태 소방관(47·소방위)의 경우도 고인의 명예 선양과 유족에게 더 많은 보상이 지원되는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19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이 소방관은 같이 출동한 동료가 감나무에 올라 벌집을 제거하는 사이 10여m 떨어진 곳에서 신고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당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이 소방관은 말벌에 왼쪽 눈 부위를 여러 차례 쏘인 뒤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인사혁신처 순직보상심의위원회는 이 소방관이 위험을 무릅쓴 상황에서 직무를 하다 숨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소방관이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은 점과 직접 벌집을 제거하지 않았고 나무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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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관들과 비교하면 소방관들에게 적용되는 순직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관은 순직의 범위에 범인이나 피의자를 체포하다가 입은 위해는 물론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근거로 경비, 교통단속, 교통 위해 방지업무 중 입은 위해 등도 포함한다.
소방업무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까지 빠르게 확대되면서 지난해 국내 소방긴급출동 276만5천건 가운데 생활안전출동이 33만6천건으로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 생활안전출동 16만8천건보다 배로 늘어난 것이다.
박 의원은 "현장 소방관들의 위험노출 빈도가 급증하고 있지만 위험업무 여부를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서 제대로 된 처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을 토대로 관련 지침과 규정상 불합리한 부분이 더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