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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의 범행과정이나 범행 후 이상 행동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조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그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후엔 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을까.
조씨는 지난달 12일 자신이 다니던 공장에서 퇴근하면서 망치를 들고 나왔다.
올 1월부터 함께 살던 최모(40)씨로부터 자신과 부모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자주 들어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이날도 최씨는 저녁부터 조씨에게 "너같은 ○○를 낳아준 부모는 너보다 더 심한 ○○○다. 청소도 안해놓고, 말도 안듣고, 너가 이러고 사는거 보니 니 부모는 어떨지 뻔하다"는 막말을 했고 조씨는 그동안 쌓인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집 밖으로 나갔다가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온 최씨가 또 행패를 부리자 잠들기만을 기다린 조씨는 망치로 최씨를 살해했다.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는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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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범행 이후 조씨가 보인 행동은 사뭇 다르다.
조씨는 4일간이나 최씨 시신을 화장실에 보관한 뒤 같은달 17일 상·하반신으로 토막 내 26일 밤 대부도 일대 2곳에, 그것도 차도 바로 인근에 던져놓듯 유기했다.
한 현직 형사는 "토막 살인은 대부분 살인 범행을 감추기 위해 일어난다"며 "하지만 조씨는 시신을 큰 도로 주변에 던지듯 유기해 금세 범행이 발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한 청년이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른 사건인데다, 사건 이후에도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감출 준비를 하지 못해 이런 행동을 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씨가 범행 후 최씨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문 점이나, 범행 후 SNS에 10년 인생계획을 자랑하듯 글을 쓴 것도 특이한 점이다.
경찰은 이 부분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직 심도있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나, 검거 초기 조씨는 "뉴스를 안보고 영화채널만 보느라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딱히 갈 곳이 없어 이 집에 그대로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페이스북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주하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까봐 혹은 현실 자체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기이 행동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전 한국경찰연구학회장)는 "조씨는 범죄행위와 그로 인한 괴로움을 스스로 부정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현실도피와 같은 심리로 그 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을 수 있다"며 "더구나 사건이 진행되더라도 함께 살던 본인이 도주하면 오히려 범행을 의심받을까봐 그대로 머물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살인범은 범행 뒤엔 잡히지 않으려고, 혹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본인의 인생을 잘 살려고 범죄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기 마련"이라며 "자기애가 강한 피의자는 더더욱 본인 인생 계획을 설계하고 그것을 자랑하면서까지 자기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조씨는 최씨가 없어지면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을 것"이라며 "상대방은 죽음에 이르렀지만 자신만 잘 살면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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