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tvN '리얼스토리 묘', (우) 연합뉴스
지하철 운행 중에는 흔들림으로 젊은 사람도 균형을 잡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지하철 안을 다니며 질서유지를 위해 주위를 살피는 노인들이 있다.
이들은 열차 내 무질서 행위를 예방하고 계도하는 만 60세 이상 시니어 보안관들이다.
4일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만난 이경영(69)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열차 순찰을 해온 베테랑 보안관이다.
승객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고 취객이나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저지해야 할 보안관이기에 60세 이상 시니어 보안관이 도입될 당시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씨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업무에 적응해 있었다. 보안관에 대한 자부심은 오히려 경찰 못지않았다.
이씨는 "일이 힘든 것보다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시민들을 도울 때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무릎이 안 좋으신 분을 부축해 계단을 함께 오르거나 누군가 놓고 내린 물건을 유실물 센터에 옮길 때 일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또 열차 내 이동상인을 단속할 때 시니어 보안관의 강점이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동상인을 만나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말한 뒤 가만히 기다려준다"며 "강압적인 태도로 윽박지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고령이다 보니 이동상인들도 막대하지 못하고 알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동상인을 저지할 때 고성과 욕설이 나오는 것은 일반적임에도 이씨는 지금까지 욕설이나 시비를 걸어온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열차를 돌아다닐 때는 시민들은 오히려 신기한 눈빛으로 이씨를 바라봤다. 특히 동년배인 어르신들은 어떻게 보안관이 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주말 술에 취한 등산객들도 시니어 보안관을 보면 조용해진다고 이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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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보다 보안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이씨지만 처음부터 능숙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균형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순찰을 포기해야 했다. 또 계속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모든 이동상인이 시니어 보안관의 말을 잘 따르는 것도 아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니어 보안관에게 오히려 욕을 하며 무시하는 이동상인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업무시간이 주말이다 보니 가족과 친척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도 시니어 보안관들의 고충이다.
또 흉기 난동자를 맞닥뜨리거나 거센 몸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열차 순찰을 해야 한다. 서울도철은 시니어 보안관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 상황이 발생하면 신고부터 먼저 할 것을 당부한다.
힘든 시니어 보안관 업무이지만 이씨는 늦은 나이에 일은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계속 걷다 보니 건강이 더 좋아지고 균형감각도 늘었다"며 "10년 전 퇴직 한 후 다시 밖에 나와 일하니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6일 서울도철에 따르면 지하철 5∼8호선에는 이씨와 같은 시니어 보안관 75명이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 보안관들은 토·일요일 열차 내 안전관리와 평일과 주말 입고 열차에서 잔류승객 확인 등을 한다.
시니어보안관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4개월 동안 시니어 보안관들은 총 1천588건의 실적을 올렸다. 과태료 부과가 86건이며 계도·훈방이 1천499건에 이른다.
서울도철 관계자는 "시니어보안관 제도로 지하철 내 안전활동을 강화할 수 있고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 책임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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