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
[인사이트] 구은영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에겐 어린이날이 그저 달갑지 않은,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한 날이 되어버렸다.
6일 KBS뉴스는 어린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린이들의 힘든 하루와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심경을 보도했다.
어린이날 아침, 가습기 살균제 피해 1급 진단을 받은 박나원 양은 가래를 빼는 것으로 시작됐다.
나원이는 "뭐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영장 가서 물놀이"라고 답했지만 약한 폐 때문에 먼 곳으로 외출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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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물놀이 대신 집 앞 놀이터에서 가족과 함께 비누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가래를 빼내기 위해 수시로 멈췄고 나원이에겐 비누방울 놀이도 쉽지 않았다.
가족들은 조만간 있을 수술을 앞두고 숨 쉬기조차 힘들어하는 나원이를 지켜보며 어린이날에도 마음 편히 보내지 못했다.
나원이의 어머니는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나. 참을 수 있다고 저한테 그런 얘길 하는데 그럴 때 더 마음이 아프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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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임성준 군은 13년 동안 만성 폐질환을 앓아오며 평생 산소통에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
어린이날을 맞아 외할머니 댁을 찾아온 성준이는 산소통 호스 때문에 2m 이상 뛰어 나가기 어려웠고 10분 정도의 야외활동에도 금방 지쳐 좋아하는 피구 운동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성준이의 할아버지는 "스키도 타러가고 공도 차러가고 수영장도 가고 그래야 할 나이인데 하나도 못하고 있다. 그게 참 애처롭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이들이 가장 행복해야 할 어린이날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린이와 가족들은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구은영 기자 eunyoung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