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제자들 교복 15년째 수선하는 '재봉틀 선생님'

연합뉴스

 

학생들의 찢어지고 낡은 교복을 재봉틀로 수선해주는 특별한 교사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학생부장'을 맡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재봉틀 선생님'으로 통한다.

 

충남 천안쌍용중학교 과학교사인 김철회(62)씨가 학생 상담실에 재봉틀을 설치한 것은 지금부터 15년 전이다.

 

학생부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생 2명이 상담실로 불려왔다. 사소한 시비로 주먹다짐을 한 학생들은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난 것은 물론 교복 셔츠와 바지가 모두 찢어져 있었다.

 

김 교사는 아무 말 없이 가사 실습용 재봉틀을 가져와 학생들의 찢어진 옷을 깔끔하게 수선해 돌려줬다. 체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학생들은 학생부장 교사가 자신들의 옷을 고쳐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날 이후 두 학생은 단짝이 됐고, 요즘도 김 교사를 찾아온다고 했다.

 

김 교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측에 건의해 가사실에 설치된 재봉틀 한 대를 학생 상담실로 옮겨왔다.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학생부장인 만큼 학생들의 교복이 어디가 찢어지고 뜯어졌는지 학생들보다 더 잘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중학생들은 활동량이 많아서 교복이 찢어지거나 지퍼가 고장 나는 일도 많았다.

 

그때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을 상담실로 불러 교복을 수선해 줬다.

 

연합뉴스

 

교복을 수선하는 동안 학생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개별상담보다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상담실이 세탁소로 전락했다'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학교의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김 교사를 존경하고 따르는 분위기다. 

 

김 교사는 "어린 시절 집에 재봉틀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바빠서 내가 직접 재봉틀을 이용해 옷을 수선했다"며 "그때 배운 재봉틀을 교사가 돼서 쓰게 될 줄은 몰랐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교사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졸업생들의 교복을 수거해 신입생들에게 물려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신입생들이 선배들로부터 받은 교복은 모두 김 교사의 손을 거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새 옷으로 변신한 것들이다. 

 

덕분에 학생상담실 한편은 재봉틀과 함께 헌 교복을 걸어놓은 커다란 옷걸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78년 교직에 입문한 재봉틀 선생님은 오는 8월 정년퇴직과 함께 38년간 정들었던 학교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학생들이 붙여 준 재봉틀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너무 좋다"며 "정년퇴직 후에는 학생들이 붙여준 재봉틀 선생님이라는 별명에 맞게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