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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치료를 위한 병가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영훈 해운대백병원 교수는 공동으로 최근 1년 사이에 직장에 다닌 18세 이상 64세 이하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조사 결과 직장인 1천명 중 7.4%(74명)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며 이들 가운데 병가를 신청한 직장인은 31%(23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신청한 병가기간은 9.8일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7개 국가의 병가 신청률이 51%, 병가기간이 35.9일에 이르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병가를 낼 때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우울증을 숨기고 다른 이유를 거짓으로 기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가 신청자 중 신청사유에 우울증이라고 적은 응답자는 34%(8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우울증을 숨긴 이유로 '우울증인 것이 밝혀지면 직장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 '나를 이해해줄 것 같지 않다', '개인적인 이유라 비밀로 하고 싶다' 등의 답변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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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도 계속 일을 하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기능장애를 보였다는 것이다.
휴식 없이 업무를 지속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57.5%가 집중력 저하를 보였고 27.8%는 계획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보인 경우도 25.9%, 건망증 증상도 13%에 달했다.
김영훈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은 의욕 및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단순한 업무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진표 교수 역시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회사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 및 관리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직원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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