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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한국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분기에 중국 내 판매 부진을 겪은 현대기아차로선 부담스러운 결과다.
29일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중국 자동차 시장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와 한국 업체의 차량을 보유한 사람 가운데 상위 브랜드로 갈아타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4%와 43%로 글로벌 메이커 가운데 높은 두 곳으로 꼽혔다.
다른 고급 브랜드를 사겠다는 소비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현재 보유한 차량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팔리는 한국 차량은 대부분 현대차와 기아차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중국에서 독일과 일본, 미국은 제품을 잘 만든다고 보지만, 한국은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제품 이미지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최근에는 현지 브랜드의 품질이 좋아지고 가격은 내려가 로컬 차량을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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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대차 아반떼급 차량이 중국에서 11만∼12만 위안(2천만원 안팎)으로 몇년 전만 해도 일본차보다 2만 위안 정도 쌌는데 지금은 가격이 비슷하고, 중국 브랜드와의 가격 차는 더 벌어졌다"면서 "현대기아차가 (독일·일본·미국과 중국 브랜드의) 중간에 애매하게 끼어 고전 중"이라고 우려했다.
브랜드 충성도는 독일차 소유자들이 가장 높았다. 독일차를 타는 중국인의 36%는 다음 차로 현재 가진 브랜드의 상위 모델을 살 것이라고 답했다.
독일 이외 국가의 업체에서는 동일한 브랜드의 더 좋은 차를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소비자가 15%를 넘은 경우가 없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좋은 차로 업그레이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37%는 더 좋은 브랜드 차를 타고 싶다고 했으며 16%는 현재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상위 모델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중국의 소비자들은 점점 실용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신차 구입 이외의 대체재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가 더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는 60%에 이르렀다. 37%는 다른 교통수단의 발달로 차량을 소유할 필요성이 적어졌다고 답했다.
대도시에서는 신차를 사는 것이 이제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다. 대신 중고차를 사거나 차량을 리스 또는 렌트하거나 우버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산 때문에 2030년이 되면 개인 차량 판매가 연간 최대 400만대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는 공유 서비스에 이용되는 최대 200만대의 차량 구매로 일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작사들에는 새로운 시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에서 카투셰어(Car2Share)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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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밴과 픽업트럭 등을 제외한 승용차 판매는 2010년 1천100만대에서 2015년 1천900만대로 연평균 12.3%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까지는 증가율이 5%로 낮아질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2020년에는 2천400만대가 팔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대비 가치는 차량을 살 때 중요한 요소가 됐다. 프리미엄 차량 소비자는 5년 전에는 차를 살 때 예산이 4번째로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브랜드 다음으로 2번째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중국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경쟁 격화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가격이 4% 떨어져 혜택을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또 오토홈 같은 자동차 전문 사이트 등을 통해 가격을 비교한 뒤 딜러에게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전체 신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지만 전기차의 인기는 급증했다. 전기차 구입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는 2011년 이후 3배로 증가했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저렴한 유지비 등의 영향이다. 게다가 전기차 소유자는 휘발유차나 경유차보다 베이징 같은 1선도시에서 번호판을 받기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