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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낮 12시 경기 안양의 한 다세대 빌라에 사는 A(20)씨는 샤워를 하던 중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가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문 입구에 웬 40대 남성이 딱하니 서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은 잠시 당혹스러워하는가 싶더니 "현관문에 설치된 디지털 도어록이 고장 났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고 둘러댔다.
A씨가 해당 업체에 확인 전화를 걸려고 눈길을 다른 곳에 둔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남성은 재빠르게 도망갔다.
자신이 설치한 도어록에 마스터 비밀번호를 입력, 빈집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절도 행각을 저지른 김모(4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일대 신축 원룸이나 빌라 등에 침입해 9차례에 걸쳐 귀금속 등 1천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어록 설치업에 종사한 김씨는 신축 건물 공사 중 도어록에 설정해 둔 마스터 비밀번호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대부분 단일 비밀번호를 쓰는 아파트와 달리 원룸이나 다세대 빌라 경우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건물 주인이 비밀번호 여러 개를 설정할 수 있는 도어록 제품을 설치한다는 점을 노렸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한대 당 많게는 10여개의 각기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사 관계자들은 각 방에 보관된 건축 자재를 자유자재로 꺼내려고 도어록마다 1∼2개 마스터 비밀번호를 설정했고, 김씨는 이를 악용했다.
하지만, A씨처럼 대부분 세입자는 비밀번호 여러 개를 설정 할 수 있는 도어록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도어록 초기화만 잘해도 이전에 설정된 비밀번호를 삭제할 수 있다"면서 "많은 세입자가 건물 주인이 마스터 비밀번호를 설정해 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용 사례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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