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대피 훈련 중인 모습 / 연합뉴스
일본과 에콰도르 등 최근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위기의식에 비해 국내 지진 대비책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내진 설계 대상 건물 129만7천878동 가운데 34.6%만 내진 설계가 돼 있다. 특히 학교와 공공업무시설의 내진 설계는 각각 26.4%, 21.5%로 20%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2011년부터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세워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진행률은 40%대에 지나지 않는다.
초·중·고교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지진대비훈련도 거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지진 여파로 지진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대비책에 대한 점검이 전국에서 진행되면서 부실한 대비체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점검 결과 내진 설계나 대피시설, 대피훈련 등이 총체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동해안 6개 시·군에는 178곳의 지진해일 대피소가 있다. 그러나 대피시설 중 상당수는 구조물이 아니라 해변 인근 야산 또는 언덕이다.
심지어 고지대가 없는 곳은 횟집이나 마을교회 옥상 등 3층 이상 건물을 대피소로 지정하기도 했다.
일부 지진해일 대피소는 해변에서 2∼3㎞ 떨어진 곳도 있다.
일본 서해안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90분 이내에 동해안에 3∼4m의 지진해일이 도착할 수 있으므로 대피시설은 지대가 높고 해변에서 600m 이내에 있어야 한다.
강원 고성군 거진항서 지진해일 대응 시범훈련에 참가한 주민과 학생들 / 연합뉴스
내진설계 대상 건물의 내진설계 적용 비율도 낮은 수준이다.
전남의 내진설계 대상 공공시설물은 수도시설, 도로, 건축물 등 13종 시설에 5천490곳이다. 이 가운데 내진설계 적용률은 38%에 불과하고, 특히 학교 시설물은 23%에 그치고 있다.
대전도 민간시설물 내진설계 적용 비율은 공동 주택 41%, 단독주택 14.2%에 불과해 매우 취약하다.
경남은 관공서, 도로, 교량, 공항시설 등 공공시설 3천963개소를 대상으로 내진실태 전수조사를 한 결과 내진성을 확보한 시설은 43%(1천692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내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진에 대비한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지진과 관련해 단계별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등 내부 행동메뉴얼을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지진 피해가 없어 대응 메뉴얼에 대한 훈련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을 위한 대비책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게시한 국민행동요령이 전부여서 막상 지진이 나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북도교육청은 전북119안전체험관에서 지진 체험 훈련을 하고 있지만, 시설이 한 곳밖에 없어 매년 7만명 정도만 훈련을 받고 있다.
최대한 훈련 횟수를 늘리려 해도 시설의 한계로 학생당 초등 2, 5학년, 중등 2학년, 고등 2학년 등 3년 주기로 체험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대전교육청은 관내 305곳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연간 6차례 재난안전교육을 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다.
교육도 학교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훈련이 충실이 이뤄지기 어렵다.
유경환 전북119안전체험관 재난종합체험동 담당자는 "학생들이 지진이 났을 때 책상 밑으로 숨거나 책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가스나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체험관에서 실제 진동을 느끼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상황과 비슷한 체험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