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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위원회가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을 상단에 위치하도록 하려는 복지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위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복지부는 즉각 재심사를 요청할 방침을 밝혔다.
22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규제개혁위는 이날 오후 규제심사 회의를 열고 흡연 경고그림의 표시 방법 등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하고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위치하도록 한 부분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의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흡연 경고그림은 담배 제조·수입 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해외 사례 등을 소개하며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위치시켜야 흡연 경고그림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위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위치를 상단으로 명시한 경우는 63.8%나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흡연 경고그림의 효과를 높이려면 담배 판매점에서 진열될 때 그림이 잘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림을 상단에 넣는 것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관련 조항을 뺄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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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에 대해서는 그동안 담배회사들과 흡연자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담배회사들은 제조사의 디자인 권한과 판매점의 영업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며 흡연자 단체는 모든 담배가 획일적으로 보여 제품 선택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반대했었다.
복지부가 흡연 경고그림을 상단에 위치하도록 법에 명시하려는 것은 하단에 위치할 경우 경고그림이 진열대에 가려져 흡연에 대한 경고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경고그림의 위치에 대한 조항은 정부 부처 내에서 조율을 거쳐서 확정된 사안"이라며 "제도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상단에 위치하도록 명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권고를 재고할 수 있도록 재심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흡연 경고그림 도입은 국민건강증진법이 2002년 이후 11번의 개정 시도 끝에 13년 만에 입법화하면서 제도화됐다. 한국은 국제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국가로서 경고그림을 넣도록 제도화할 의무를 진다.
한편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경고그림의 순환주기를 당초 입법예고한 18개월에서 24개월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존 담배사업법상 흡연 경고문구의 순환주기가 24개월인 만큼 경고그림의 순환주기도 여기에 맞춰서 24개월마다 바꾸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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