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기아대책
마약 중독 아버지의 방화로 전신 화상을 입어 고통 속에 살던 스리랑카 소녀가 우리나라의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한양대학교 병원의 도움으로 재활 수술을 받았다.
17일 기아대책에 따르면 스리랑카 콜롬보에 사는 로쉘(13) 양은 갓난아기 때 화마에 휩싸였다.
마약과 술에 빠진 아버지가 홧김에 지른 불에 로쉘 양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겨우 목숨만 건졌다. 아버지는 그로부터 몇 년 뒤 세상을 떴다.
로쉘 양의 상처는 흉터로 남았다. 주변의 살을 당기며 딱딱하게 굳어갔다.
성장 자체가 로쉘양에게는 고통이었다. 입은 잘 벌어지지 않고 숟가락을 쓸 수 없었다. 살이 녹아 엉겨 붙은 손가락은 길이가 제각각이고 뒤틀어져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소녀의 삶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사진제공 = 기아대책
이때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전 세계 빈곤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기아대책의 '기대봉사단'이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이다.
기아대책에서 국내·외 의료지원사업을 이어가는 '생명지기팀'이 올해 2월 로쉘양의 치료를 돕기로 했다.
한양대 병원은 3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의 절반만 받기로 했다. 나머지는 기아대책이 모금으로 충당한다.
로쉘 양은 지난달 15일 입국해 이튿날 바로 수술을 받았다. 2010년부터 기아대책과 함께 아이티·태국·잠비아의 고통받던 아이들을 수술한 한양대 병원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가 집도했다.
김 교수는 "화상 부위가 많지만,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의 제약이 있어 로쉘 양이 가장 원하는 부위를 중점적으로 수술했다"며 "수술로 오그라든 손과 잘 열리지 않는 입 등을 재건했고, 경과가 좋다"고 말했다.
로쉘 양은 2014년부터 기아대책을 통해 일대일 결연을 했다. 교육과 의료비 등을 후원하는 회사원 이유미(29·여)씨와도 만났다.
사진제공 = 기아대책
이씨는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고통이어서 안쓰러웠는데 잘 참는 모습이 대견했다"며 "음악과 영어 공부를 좋아한다는 로쉘 양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도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곰 인형과 함께 다음 달 개학하면 쓸 가방과 필기구 등 학용품을 선물했다. 로쉘 양은 곰 인형을 품에 안고 쓰다듬으면서 몇 번이고 "참 좋다"고 되뇌었다.
로쉘 양의 침대 옆에는 주위에서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잘 견디라고 선물한 과자 꾸러미가 쌓여 있다. 하지만 로쉘 양은 "고향에 있는 두 동생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심성이 곱다.
로쉘 양은 "큰 도움을 받아 정말 감사하다"며 "도움을 받은 만큼 어려운 사람을 돕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치료는 당장 생활하는 데 불편한 장애부터 해결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로쉘 양은 아직 13살에 불과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한 만큼 추가 후원이 절실하다.
스리랑카에서 로쉘양을 보살폈던 기대봉사단 전영선(50) 씨는 "로쉘 양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그렇게 부러워했다"며 "앞으로도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 로쉘 양이 장애를 극복하고 꼭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로쉘 양 후원 계좌는 '하나은행 353-933047-37437(예금주 기아대책)'이다. 후원 문의는 기아대책(☎ 02-544-9544)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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