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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생활관 계단에서 동성의 후임병 가슴을 한차례 주무른 선임병이 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윤승은 부장판사)는 7일 군 복무 중 초병특수폭행 및 추행 혐의로 기소된 권모(23)씨에 대해 선고 유예 및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전역한 권씨는 2014년 5월부터 7월 사이 부대근무 당시 경계근무초소에서 후임병 A씨에게 질문을 했으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계근무를 위해 가지고 있던 대검으로 A씨의 엉덩이를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또 비슷한 시기에 A씨와 경계근무를 하면서 자신의 탄 조끼에 있던 케이블타이로 손가락을 묶고 20여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권씨는 2014년 5월 생활관 계단에서 A씨에게 "가슴 큰데"라며 가슴을 1회 주물러 추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초병특수폭행 혐의에 대해 "군 복무를 하던 중에 발생했는데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군대문화와 현실적으로 잔재하는 병영 부조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책임을 오롯이 피고인에게만 지우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며 징역 8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사안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같은 부대 소속 선임병으로 평소 피해자에게 장난을 걸곤 했고, 가슴을 한번 주무른 정도에 그치는 등 여러 차례 반복되지 않았다"며 "군기를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로 보기 어려워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행 혐의는 무죄로 봤다.
검찰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의 행위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계급과 서열이 존재하는 군대 조직 내에서 선임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저항하기 어려운 후임병을 상대로 강제추행하고 경계근무 상태의 초병에게 흉기를 사용해 폭행한 것은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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