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생활고 때문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10남매를 키워온 부부를 우리 사회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부부는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의 부모들처럼 자식을 굶기며 감금하지도, 체벌하거나 때리지도 않았다.
부모와 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10남매는 자신들이 학교에 못 가게 된 집안 사정을 이해했다. 돈독한 우애를 다지며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광주에 사는 A(44)씨 부부가 24살 둘째부터 12살 여덟째까지 일곱 아이를 한 번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1일이다.
부부가 자녀의 교육급여를 신청하려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의 학적을 허위로 기재하면서 교육 당국이 경찰, 지자체에 남매의 소재 확인을 요청했다.
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이 A씨 가정을 방문한 지난달 30일 5평 남짓 셋방에는 다른 도시로 이주한 세 아이를 제외한 아홉 식구가 살고 있었다.
조사팀이 둘러본 집안은 TV, 컴퓨터, 장롱 등 소박한 가재도구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로 복작거렸다.
20대 후반 충북 청주에서 사업에 실패한 부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면서 둘째부터 여덟째까지 일곱 아이의 취학을 십수년째 미뤄온 것으로 밝혀졌다.
1998년생 다섯째부터 2004년생 여덟째까지 4명의 아이는 각각 17∼11살이던 지난해에야 출생신고를 했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첫째가 집에서 동생들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첫째가 전수한 한글과 셈법을 1∼3살 터울인 손아래 동생에게 똑같이 가르쳤다.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에게 스승이자 친구가 됐다.
성년이 된 맏이가 직장을 얻어 객지로 떠난 뒤 둘째와 셋째도 첫째의 경로를 따라 자립했다. 세 아이는 가족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를 부치고 있다.
A씨 부부의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수사 당국은 가족의 생활상을 파악할수록 '처벌'보다는 '지원'쪽으로 역할에 무게중심을 뒀다.
경찰 관계자는 "농경사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족형태가 광주 도심에 사는 40대 부부의 가정에서 나타났다는 것이 놀랍다"며 "부모가 친자식을 암매장하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지금 이 가족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0남매 중 일곱째, 여덟째 두 아이는 교육청, 구청, 경찰, 학교 등 11개 기관의 도움으로 지난 5일 생애 처음으로 책가방을 메고 등굣길에 올랐다.
두 아이는 가족의 보살핌 덕분에 발육상태와 학습능력에 문제가 없어 동갑내기보다 한 학년 아래인 초등 5·6학년으로 학업을 시작했다.
부족한 기초교육은 지역 아동센터의 도움으로 보충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입학 첫날을 지켜본 학교 관계자는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두 아이 모두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었고, 또래 집단보다 교사 등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제도권 교육의 혜택은 못 받았어도 커다란 사랑을 받으며 밝고 건강하게 자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0남매의 아버지 A씨는 구청 등 기관 관계자들에게 "경제적으로는 부족했어도 아이들과 함께 화목하게 살아왔다"며 "갑작스럽게 큰 관심을 받게 돼 당혹스럽다"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