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격 훈련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해마다 봄철 군부대 사격 훈련 중 산불 발생이 잇따라 소중한 산림자원이 잿더미로 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강원도와 각 시·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도내에서 군부대 사격 훈련 중 발생한 산불은 모두 11건으로 14.27㏊의 산림이 소실됐다.
지난해도 도내에서는 군부대 사격 훈련 중 15건의 산불이 났다. 피해 면적은 46.82ha에 이른다.
군부대 사격 훈련으로 빚어지는 산림 피해가 해마다 수십여㏊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 19분께 화천군 하남면 안평리 군부대 사격장에서 포 사격훈련 중 불이 나 국유림 7㏊가 잿더미로 변했다.
앞서 지난 2월 5일 오후 1시 50분께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군 사격장에서 공용화기 사격 훈련 중에 불이 났다.
이 불은 산림 6㏊를 태웠다. 산불은 이튿날까지 이어져 겨우 불길을 잡았다.
같은 날 오후 2시 10분께 경기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육군 모 부대 훈련장과 이어 오후 2시 30분께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 군부대 사격장에서 각각 산불이 났다.
그나마 군부대 사격장은 표적지 주변이 벌채돼 수목은 거의 없다.
갈대 등 시초류가 대부분이어서 산림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산림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칫 군부대 사격장과 인접한 사유림 등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불발탄이 산재한 데다 대부분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있어 진화헬기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진화 작업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봄마다 냉가슴을 앓는다.
건조한 날씨 탓에 작은 불씨만으로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니 군부대 사격 훈련이 있는 날이면 노심초사한다.
지자체 관계자는 "산불 비상 기간에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 통보를 받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한 훈련인데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군부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산불 우려 때문에 계획된 사격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격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산불 예방을 위한 군 당국의 노력도 가상하다.
될 수 있으면 공용화기 사격은 아침이슬이 마르기 전인 오전 10시 이전에 종료하도록 하고 있다.
사격 훈련 부대는 방화대를 편성해 운용하고, 인접 소방관서에 사전 통보하고 있다.
육군 2군단은 아예 예하 부대에 '오는 20일까지 고폭탄과 포 사격 등 공용화기 사격을 전면 중단하라'는 특별 조치까지 내렸다.
다른 군부대도 공용화기 사격 훈련 중단을 검토 중이거나, 하더라도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주로 공용화기 사격 훈련 과정에서 산불이 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잠정 중단하는 등 산불 예방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다만 개인화기 사격 훈련은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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