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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영현 기자 = 연인으로부터 "죽여달라"는 청을 받고 목을 졸라 살해한 남성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29일 서울동부지법은 촉탁살인(이미 죽음을 결심한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 살해하는 일)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3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오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의 한 원룸에서 피해자 A씨(당시 39·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A씨가 유서를 보여주며 "빚이 많아 힘들다. 죽여달라"고 부탁하자 이에 동의해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튿날 오 씨는 경찰에 "내가 A씨를 죽였다"고 신고한 뒤 투신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오 씨는 2011년 11월 초 이혼한 A씨와 2013년 4월 초 만나 교제해왔으나, 과다한 채무와 생활고로 자신의 삶을 비관한 A씨의 죽여달라는 부탁에 살해를 저질렀다.
이날 재판에서 오 씨 측은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A씨가 간절하게 유서를 보여주며 요구하자 A씨와 함께 죽겠다는 생각으로 범행을 결심했다"며 "깊이 반성하는 점, 전과가 없고 자진신고한 점, 외아들로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밝혔다.
오씨는 최후 변론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은 잘 알고 있다"고 고백하며 "제가 좀 더 성숙했다면 같이 삶을 마감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나갔을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A씨의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서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것을 모두 다하겠다. 앞으로 제 시간은 A씨의 두 아이들과 유가족, 제 부모님의 것으로 생각하겠다"며 반성했다.
재판부는 "촉탁이 있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 가치가 있고 적극적인 만류나 설득이 없었다"며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를 하지 못했고 남겨진 A씨의 두 자녀가 느낄 상실감과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오 씨의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자발적으로 신고한 후 일관되게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영현 기자 young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