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능올림픽 금메달 딴 박정우(파리=연합뉴스)
"아내와 함께 산 지 11년이나 됐지만, 아직 결혼식을 못 올렸습니다. 올해 결혼식을 올리려고 하는데 청혼 때 금메달을 전하고 싶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정우(41) 씨는 28일(현지시간) "수상의 기쁨을 아내와 나누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대회 폐막 이틀 뒤인 이날 파리 시내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났다.
2011년 서울에서 열린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 이어 올해 보르도 대회까지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쁨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박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난치병을 앓으면서 장애인이 됐다.
척추가 굳어지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갑자기 찾아와 팔, 다리 등 온몸이 굳어져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폐도 딱딱해지면서 숨을 쉴 때도 헉헉거릴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2년 간 식물인간처럼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신약이 개발됐다.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라 그는 이후 20년 넘게 투약을 계속하면서 휠체어를 타게 됐다. 박 씨는 현재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학에 갔으나 박 씨는 국립재활원에서 1년 동안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장애인 직업 교육을 받았다.
직업능력개발원 졸업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천신만고 끝에 장애인직업재활회사인 무궁화 전자에 들어갔다.
그는 무궁화 전자에서 전자부품을 수리하면서 컴퓨터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홀로 공부해 2011년 서울 장애인기능올림픽에 출전했고 '개인용 데이터베이스' 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 씨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집사람을 만났다"면서 "아내가 자재 부서에서 엑셀을 많이 쓰면서 내게 물어와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다"면서 웃었다.
박 씨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종목은 '컴퓨터 조립'이다.
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면 같은 종목에 다시 출전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종목으로 참가한 것이다.
그는 무궁화전자 기숙사에서 컴퓨터를 잘 모르는 장애인들을 위해 컴퓨터를 고쳐주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조립 종목의 기초를 다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힘겹게 선발전을 통과한 그는 작년 말부터 3개월간 두 번째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땀을 흘렸다.
"대회를 앞두고 합숙 훈련 기간에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컴퓨터 조립 분해 등에 몰두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훈련했으니까요."
박 씨는 현재 에스원 CRM 콜센터에 근무하면서 보안 네트워크 문제를 원격 점검하거나 전화로 손님 상담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는 무엇보다 정보가 중요하다"면서 장애인 구직에 정부와 회사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내가 하는 콜센터 업무는 중증 장애인이 하기에는 딱 좋다"면서 "장애인들이 이런 직업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일자리를 찾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 씨는 올해 11년간 살아온 아내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그보다 7살 많은 부인은 장애가 없다. 이 때문에 처가에서 한 때 결혼에 반대했다.
박 씨는 "그렇지만 이제는 양가 가족 모두 결혼을 하라고 하신다"면서 "올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데 금메달로 아내에게 청혼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