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중국 유일 한국 국적 위안부 할머니 불의의 사고로 중상

 

중국에 남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인 하상숙(89) 할머니가 지난달 불의의 사고로 중상을 입었으나 한국으로 이송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

 

2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하 할머니는 지난달 15일 중국인 이웃과 말다툼을 벌이다 2층 계단에서 밀려 넘어지면서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졌다.

 

하 할머니는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최근 의식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대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도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의 하 할머니는 항생제를 투입해도 잘 듣지 않는 상황이라고 총영사관측은 전했다.

 

충남 서산 태생의 하 할머니는 17세 때인 1944년 일본군 위안군 모집책에 끌려가 우한의 한커우(漢口)에서 8개월 가량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으며 일본 패망후에도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가나'라는 생각에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남았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중국인과 결혼해 남편이 데려온 딸 셋을 기르며 1962년 방직공장에 취직, 25년을 일했다. 199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부터는 막내딸과 함께 지내왔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국적을 가지지 않은채 중국 귀화를 거부해오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인 1994년 3월에야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하 할머니는 현재 중국에 남은 한국계 위안부 할머니 3명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국적을 갖고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로도 등록돼 있다.

 

애국심이 남달랐던 하 할머니는 최근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나라가 어려우면 나 같은 사람도 생긴다"며 "(일본이 주겠다는) 지원금도 받지 않겠다. 나라가 필요할 때 써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에 증언자로 참석해 위안부 피해를 고발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정부도 하 할머니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해 체류 비자 연장 등에서 많은 신경을 써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하 할머니 가족들은 "할머니가 고국 땅을 밟아보고 싶어했다"며 "할머니를 한국 땅으로 이송해 치료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하루 200만원에 이르는 하 할머니의 병원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지난 3∼4일전만 해도 상당히 호전됐으나 상태가 갑자기 다시 악화됐다"며 "상태가 좋아지면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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