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마왕' 신해철의 3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홀로그램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신해철 등 블랙리스트 연예인을 압박했었다는 구체적인 문건이 나와 논란이다.
지난 29일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작업을 주도했었다며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부와 방송사는 물론 광고주와 기업들까지 압박해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을 내몰았다.
2010년 1월 19일 작성된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 사업 계획'에는 가수 신해철과 개그맨 김제동, 배우 권해효 등이 직접 퇴출 대상으로 나와있다.
해당 문건에는 "방송사 간부, 광고주 등에게 주지시켜 (이들을) 배제하도록 하고 그들의 비리를 적출하여 사회적 공분을 유도해야 한다"고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심지어 "광고주 등에게 주지시켜 배제하도록"이라는 표현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을 배제하라는 내용의 문건은 2009년 12월 24일 작성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에도 잘 나와 있다.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에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의 진행자였던 손석희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코미디언 김미화가 언급되어 있는데, 그 옆에는 "퇴출, (경영진에) 교체권고, 프로그램은 개편으로 폐지"라고 명시돼 있다.
2011년 7월 작성된 '엠비시(MBC) 좌편향 출연자 조기퇴출 확행' 보고서에도 김어준 총수, 가수 윤도현의 이름이 언급돼 있다.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방송장악 등의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한가위 인사를 전하며 이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글에서 "최근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