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나는 운전할 때 베스트 드라이버야. 술 먹은 것도 상관없어"
두 살배기 아들을 둔 30대 가장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은 당시 운전대를 잡으며 이같이 말하고 있었다.
지난달 18일 만취 상태에서 시속 109km로 운전해 30대 가장 故 김신영씨를 치고 달아난 육군 중사 장모씨에게 징역 8년형이 내려졌다.
장씨는 4개월 전인 지난 3월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초교 앞 사거리를 지나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故 김신영씨를 치고 그대로 도주했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큰 수술을 여러번 받았지만 사고 13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고 당시 뺑소니범 장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지인 여성 임모씨에게 "난 운전할 때 베스트 드라이버야. 술 먹은 것도 상관없어 괜찮아"라고 말했다.
임씨 역시 장씨가 만취 상태임을 알고도 오히려 "가, 가봐"라며 이를 방조했다.
음주 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두 사람 때문에 33개월 된 어린 아들의 아버지이자 한 여성의 남편인 김씨가 무고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임씨는 무혐의로 풀려났고, 뺑소니범 장씨는 8년형을 선고 받았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김씨의 아내 조모씨는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의 판결에 억장이 무너진다.
조씨는 "완벽한 살인이고 살인 방조인데, 자꾸 법이 아니라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내 조씨에 따르면 김씨는 정 많고 꿈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자작곡을 만들며 가수라는 꿈을 키워왔다.
아내는 3년 전 신혼여행지에서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김씨의 자작곡을 들으며 애써 그의 빈자리를 채워본다.
그런 조씨에게 더욱 힘든 일이 닥쳤다. 아직 남편을 잃은 상처를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피의자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이제는 어려운 형편에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항소까지 대비해야 한다.
이에 현재 다음 스토리펀딩 '같이가치'에서는 김씨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후원 페이지를 마련해 주변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뺑소니범과 긴 싸움을 앞두고 있는 김씨의 유가족들을 돕고 싶다면 같이가치 '남편의 목소리만 남았습니다'(☞바로가기)를 통해 후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