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1945년, 광복 후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강제동원 조선인 수백 명은 갑작스러운 화재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일본 군함은 살려달라 외치는 조선인들을 외면했고, 118명의 조선인은 그대로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됐다.
4일 YTN은 억울하게 강제동원 된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잃었지만 그 어떤 배상과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국내 강제징용자'들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시절 전남 해남군 옥매산에는 알루미늄 원재료인 '명반석'을 캐던 옥매 광산이 있었다.
일본군은 군용기 제작에 필요한 명반석을 캐기 위해 천여명이 넘는 조선인들을 이곳에 강제 동원했다.
그중 일부는 제주도로 끌려가 전쟁을 위한 인공 굴과 방어진지를 쌓으며 지옥 같은 삶을 견뎌야 했다.
강제징용 조선인의 후손이자 해남옥매광산유족회 회장 박철희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막사도 없고 나뭇잎으로 가려진 곳에서 잠을 자며 팬티에 러닝셔츠만 입고 토굴작업을 했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다행히 광복 후 제주도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실었지만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쳤다.
제주도를 출발해 해남으로 향하던 배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난 것. 조선인들은 살기 위해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사고 소식을 듣고 일본 군함이 출동했다.
그런데 이들은 바다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본인과 조선인인줄 모르고 군함에 실었던 몇 사람만 구조한 뒤 떠나버렸다.
당시 침몰했던 배에서 기적처럼 살아나온 생존자 김백운(90) 할아버지는 "산 사람 태워줄 줄 알았는데 그냥 가버렸다"며 "왜 그러냐 물어봤더니 자기네들이 목포에서 진해로 가야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거지"라고 증언했다.
결국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바다에 버려져야 했던 강제징용자 118명은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도 '국내(제주도, 해남)'에 동원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그 어떤 지원과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상 관련 특별법이 지원 대상을 국외 피해자들로만 한정 짓고 있기 때문이다.
억울한 강제 징용에 허망하게 목숨까지 잃었지만 강제징용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건 유족들이 매년 자비로 지내고 있는 위령제가 전부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어떤 고생의 강도를 국외와 국내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당사자들이 생존해 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강제동원 피해자'는 연인원으로 775만명이 넘으며 그중 국내 피해자는 6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