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역사학과 졸업생이 영화 '군함도'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함도를 포기한 한 역사과 졸업생의 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자신을 역사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A씨는 '군함도'가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를 거리낌을 받게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영화 '군함도'를 보고 의아함을 느끼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전제'를 너무 터부시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류승완 감독은 매체를 통해 "일본도 나빴지만 조선인도 모두 착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분법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군상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의 이러한 전제를 '틀렸다'고 지적한 A씨는 "일본'은' 나빴고 그 와중에 조선인도 기회를 틈타 물욕을 탐하고 민족을 버린 자들도 있었다가 그때의 시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수탈하고 일본이 강제하고 일본이 전쟁하고 일본이 겁찰해서 그 뒤의 일들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가져야 할 무게감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예로 '세월호 참사'를 들었다.
A씨는 "세월호를 영화화했는데, 학생 중에 장난만 치고 성적이 나쁜 학생도 있었고, 기간제 교사 중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라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면 이게 정말 좋은 내러티브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군함도라는 소재 자체는 이미 일본의 수많은 억압과 수탈, 반인륜적인 범죄 등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필수적인 부분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고 미시적인 부분만 확대해석하는 것은 일본 역사학계, 일본 정치권이 하는 짓"이라고 역설했다.
영화 '군함도'에 다소 아쉬움을 드러낸 A씨의 비평에 누리꾼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지금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이 일본의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조선인들 간의 분쟁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배경이 군함도인 탈출 영화에 불과했다"며 역사의식을 가지고 보기에는 실망스럽다는 평을 남겼다.
반면 영화 '군함도'는 지극히 상업영화인 만큼 역사적 사실을 다뤘다 하더라도 스토리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흑백 논리에 빠져들지 않고 다양한 사연과 개성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었다"고 평했다.
한편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영화 '군함도'는 개봉 이틀 만에 155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