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한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선물하기 위해 하루도 안 돼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
지난 6일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비실 에어컨 구입 비용 모금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입주민 A씨는 이날 경비실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경비실 내부 온도가 바깥보다 더운 33도까지 올랐지만 냉방 시설이라고는 선풍기 두 대가 끝이었기 때문이다.
더위를 견디다 못한 경비원들은 열이 발생하는 냉장고를 밖으로 빼놓거나 창문을 종이로 가리는 고육지책을 썼지만 이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A씨가 경비실에 앉아있었던 20분 만에 티셔츠가 모두 땀으로 젖을 정도였다.
이에 A씨는 경비실에 에어컨을 선물하고자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금 글을 공개했다.
A씨는 "주민 찬반 서명이 필요 없는 입주민 기증품으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선물하고자 한다"며 "한 달에 몇백원이면 되는 금액이니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동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 십원도 허투루 관리되지 않도록 모금액에 대해서는 잘 관리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가 글을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97만원이 모였다.
A씨는 모인 돈으로 1등급 벽걸이 에어컨과 블라인드를 구매한 뒤 커뮤니티에 영수증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에어컨은 오는 10일 설치될 예정이다. 남은 돈은 청소 노동자와 경비원들을 위한 다과 구입 비용으로 이용된다고 카페 운영진은 밝혔다.
이렇게 훈훈한 아파트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며칠 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경비실 에어컨 가동으로 환경이 오염돼 결국 모두 죽게 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담겨 누리꾼들을 어처구니없게 했다.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도색 업체가 아파트 경비실에 선물한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검정 비닐봉지로 밀봉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