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6.25 전쟁서 한국인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미국 용사들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미국 시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첫 번째 일정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기념비를 방문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한미 동맹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 판단해 이곳을 첫번째 일정으로 잡았다.
1개 사단이 전멸한 '장진호 전투'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라 칭한 문 대통령은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 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 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
문 대통령은 "그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며 그들의 희생이 자신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더욱 많은 피난민을 배에 태우기 위해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리고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죽음의 바다를 건넌 미국 해병들.
문 대통령은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서서 급박한 순간에 그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 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던 장진호 전투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해준 문 대통령의 연설에 미국 노병들은 눈물을 훔쳤다.
그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은 잠시 연설을 멈추고 한동안 참전 용사들을 지그시 바라보기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을 준비하면서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은 "대통령이 첫 번째 행사를 가시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며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이 줄 긋고 수정하면서 직접 원고를 재수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장진호 전투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미 해병 1사단이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돼 2주 만에 극적으로 철수한 전투를 말한다.
당시 미 해병 1사단 1만 5천여명 중 1만 6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미국 역사에는 '진주만 이후 최악의 패배'라고 기록된 전투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진호 전투'를 통해 미 해병대가 2주 동안 중공군 남진을 지연시키면서 10만여명이 피란한 '흥남철수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